일본여행기(한울림)

일본여행(찬양순회공연)기

; 이 여행기는 장로회 신학대학교 신대원 중창단 90기 단원들과 함께 1996년 8월 17일 (토요일)부터 23일(토요일)까지 7박 8일동안 일본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찬양하며 여행했 던 것을 기록한 것입니다.

8월 17일 (土) 신간센 안에서 - 일본에 오기 전 이틀 밤잠을 반납해서 그런지 피곤하 다. 그러나,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이라 생각하니 기분은 상쾌하다. JAL이 45분정도 늦 게 출발했다.(11시 45분 출발 예정이었으나 12시 30분에 출발해서 후쿠오카에 1시 30분에 도착) JAL의 기내 서비스는 거의 전무였다. 이상하게도 일본인다운 세심함이 전혀 없 었다. 일본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JR Pass(Japan Rail Pass, 27,800엔짜리)를 바꾼 다음 3 시 51분에 출발하여 동경까지(1100Km 정도) 신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마침 일본의 최 대의 명절 마지막 날이라서 너무나 붐볐다. 처음 2시간 정도는 자리가 없어서(1-5호까지 는 자유석) 서서 갔다가 오사카를 지나니 자리가 한 둘 나기 시작해서 이제야 거의 자리 를 잡고 쉬고 있다. 일본에 온지 불과 7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확실히 한국과 일본과 의 사람들의 삶의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낀다. 여기는 사람들의 생활이 개인적이다. 신 간선을 타고 있는 지금, 탈 때부터 지금까지 모두들 떠들지 않고 자기 일만 하고 있다(만 화책을 보기도 하고 그냥 멍하니 가만 앉아 있기도 하고). 거의 자기만의 생활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지금 약간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일본인이 아니라 서양인들과 우리 멤버들 소리들이다. 오늘 하루는 비행기와 신간선 속에서 거의 지내고 있다. 10시가 거 의 된 지금 저녁식사도 하지 못하고 기차 속에 갖혀 있다. 목적지 동경애선교회에 도착 하면 도착예배를 드리고 라면을 먹는다고 하는데, 그럴 경우 12시가 넘을 것 같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이번 여행은 힘들지만 진짜 여행을 하는 것 같아서 즐겁다. 신간선이 엄청나게 빠르다.(Nozomi는 270Km/h, Hikari는 180Km/h, 지금 내가 타고 있는 것은 180 짜리)

동경역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고 2역을 지나 구단시타(九段下)에 내려서 동경애선교 회를 찾아갔다. 5층건물이었는데 들어가보니 JEM팀이 이미 교회를 사용하고 있었다(중 창단 89기 안윤기 전도사님이 계셔서 반갑게 인사했다). 그 팀은 주일을 보내고 월요일 새벽에 출발한다고 한다. 목사님이 반겨주시고 개회예배까지 인도해 주셨다. 황바울 목 사님이셨는데, 첫인상이 작은 외삼촌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숙소 : 東京愛宣敎會 (황바울목사 시무, 03-3221-2595)

주소 : 東京道千代田九段南 1-4-10

8월 18일 (주) 12시에 동경애선교회에서 찬양을 했다. 예배를 1시간 45분 쯤 드리고 급하게 JR선(야마노테선)을 타고 나까노(中野)에 가서 동경선교교회(東京宣敎敎會)에서 찬양을 드렸다(목사님은 장경태목사님). 운형이형은 우리를 교회까지 데려다 주고 나리 타공항에 나가서 진수형을 데리고 오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예배를 드린 후에 그 교 회에서 기다리는데 운형이형한테서 전화가 왔다. 진수형이 탑승자명단에는 있는데 공항 에서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초조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서 우리 는 자유시간을 가졌다. 나는 그 교회 주위를 돌다가 신사를 발견하고 들어가 보았다. 한사람이 신사에서 예를 드리고 있었다. 유심히 지켜보았다. 먼저 물을 떠서 손을 씻고, 대웅전처럼 생긴 곳 앞에서 두 번 박수치고 읍하고 한발 옆으로 가서 다시 두 번 박수치 고 읍하고 물러나왔다.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돌아나와서 마당에 있는 작은 신 당앞에서 똑같이 예를 취하고 있었다. 이들의 신앙이 다신교적이기 때문에 모든 신들을 섬기는 것이었다. 거기서 사진을 몇장 찍고 나와서 교회로 다시 돌아갔지만 연락이 없어 서 또 이번에는 다시 나와 일본에서 가장 화려한 예식장인 니혼각(日本閣)에 갔다. 일본 의 돈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결혼식을 하고 피로연을 한다고 한다. 들어가보니 정말 으리 으리했다. 일본은 돈 없으면 결혼하지 못한다고 한다. 일본각에서 결혼하는데 드는 비 용이 대여비 약 12,000,000엔, 기모노 대여비가 약 2,000,000엔정도이다. 다시 선교교회로 돌아와서 목사님과 상의한 끝에 목사님과 함께 애선교회로 돌아가서 거기서 기다리기로 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구단시타에 내려서 교회로 갔다. 원래는 신쥬쿠 관광을 하기로 되어있었지만 진수형을 만나지 못함으로 그 일정은 취소된 것이다. 교회에 가보니 진수 형이 와 있었다. 기특하게 혼자 찾아온 것이다. 길이 엇갈렸나보다. 어쨌든 이렇게 둘 째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8월 19일 (월)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아침을 먹고 도시락을 싼 뒤 동경을 관광하기 위해 교회를 나섰다. 교회가 고쿄(皇居)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고쿄와 야스쿠니진자(靖國神社)를 비롯하여 기타노마루공원등을 먼저 관광코스로 선택했다. 동경의 가장 중심부 를 황궁(고쿄)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먼저 야스쿠니진자로 발걸음을 돌렸다. 요즘 일본 수상과 각료들이 신사참배를 다시 하기 시작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들이 신사참배를 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신사앞에 서있는 두단의 문이 있는데 이것을 그들은 토리(도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 토리가 이 야스쿠니진자에서는 아주 거대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다. 그 문을 따라 죽 걸어가다 보니 진자의 본관이 나왔다. 일본 의 정치적 중심지 도쿄,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심지역인 고쿄, 거기에 위치한 이 진자는 그 위치의 중요성 만큼이나 정신적으로도 중요했다. 일본의 정신의 중심지다왔다. 그곳을 구경하고 나오니 본관 오른쪽으로 유슈관이 있었다. 이곳은 일본이 전쟁때 사용하던 무 기, 장군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쟁을 일으키고 패배한 그들의 전쟁의 잔해들이 가득 널려 있었다. 웃긴 것은 그 건물 앞에 말의 동상이 있는데, 일본인들은 무엇하나 섬기지 않는 것이 없어서 그런지 어떤 할머니가 당근을 가지고 와서 말 동상앞에서 절하 고 동상 앞에 그것을 소중하게 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 당근을 바치는지 당근이 많이 놓여져 있었다. 이제 거기에서 나와서 기타노마루코엔(北の丸公園)에 갔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잔디밭이 넓어서 시원했고 비둘기도 많았지만, 까마귀들 또한 많이 있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점심 메뉴는 볶음밥이었는데, 수많 은 비둘기와 까마귀가 근처에 많이 몰려 다니는 가운데에서 먹었다. 본연의 임무를 마친 후, 우리는 하라주쿠로 가기 위해서 이다바쉬역(JR선,야마노테선;山手線)까지 걸어가서(15 분) 거기서 JR선을 타고 하라주쿠역(原宿)에 갔다. 이곳은 다케시타도리(竹下通リ)라고 하는데 최첨단의 멋과 이상한 옷차림, 다양한 머리모양을 하고 있는 유행에 민감한 젊은 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폭은 6-7미터정도로 좁은 길이지만 약쪽에는 엑세서리, 옷 가게, 커피숍 등 재미있는 가게가 촘촘히 들어서 있었다. 거기는 중고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서 30분동안 거리와 상점을 구경했다. 그리고 신쥬쿠에서 어제 우리가 가서 찬양을 한 선교교회의 목사님, 장경태목사님을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신주쿠 로 갔다. 3시에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옆의 시계탑이 세시를 알리는 음악소리가 울리 자 동시에 목사님이 오셨다. 아주 칼같은 목사님이시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도쿄 행정 의 사령부인 도청건물로 갔다. 신쥬쿠 거리에는 Box house가 많았다. 거기에서 집없는 왕거지들이 머물고 있었다. 일본의 가장 화려한 번화가에서 일본의 가장 어두운 모습을 보니 아이러니칼했다. 일본은 그렇게 잘살면서 못사는 사람들에 대한 복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신주쿠 지하도로를 따라 한참을 걷다보니 어마어마한 건물이 우리 앞에 드러났다. 세계 제1의 도시 도쿄의 도청답게 48층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전망대에 들어갈려고 보았더니 월요일이 정기휴일이라고 해서 전망대는 올라가 지 못했다. 그러나 더 높은 전망대가 그 근처에 있었다. 바로 도청 옆 건물인 신주쿠 센터빌딩이다. 도청건물을 빠져나와 길을 건너서 신주쿠 센터빌딩으로 갔다. 여기는 54 층의 종합 오피스빌딩인데, 53층이 무료 전망대였다. 이 건물은 중앙이 삼각형모양으로 옥상부터 1층까지 뚫어져 있는 건물로 아주 멋있었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신주쿠 주오코 엔(新宿中央公園,일명 요요기공원)과 요요기 운동장이 보였다. 거기서 아픈 발을 쉬다 가 다시 나와서 신주쿠 요도바시 카메라점으로 갔다. 거기서 난 올림푸스 소형카메라를 샀다. 24,800엔에 샀다. 너무 무리한 건 아닐까? 어벝든 난 예쁜 카메라를 샀고, 목적 을 달성했다(그런데 알고보니 이 카메라는 Half size가 아니었다). 이제 우리들은 신쥬쿠 거리(歌舞伎町)로 갔다. 혼자 걷기에는 좀 무섭고 쑥스러운 거리였다. 일단 Koma극장 앞에서 모이기로 하고 흩어졌다. 거리 거리를 걷다보니 좌우에서 이상한 업소들이 많았 다. 피핑게키조(유리구멍으로 바라보며 관음욕을 만족시키는 곳), 카바레, 호스트바(남자 들의 사진을 입구에 크게 붙여놓고 여성손님을 노림), 가라오케, 레게바 등등 유흥업소, 환락업소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특히 이 거리는 야쿠자들이 많다고 한다. 일전에는 야 쿠자들이 이 거리에서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어디선가 총으 로 나를 노리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고, 왠지 오싹거리는 것 같았다. 오늘 저녁은 목사님께서 바베큐로 우리를 먹여주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제 거기서 빠져나와 버스 로 내리마역 근처에 있는 원천교회(목사님댁)로 갔다. 교회는 참 아담했다. 일반 가정 집을 개조해서 만든 교회였는데, 뒷마당에서 바베큐를 해 먹었다. 먹고,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서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정말 재미있었다. 너무 재미있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자리를 늦게 뜨는 실례를 범했다. JR전철도 끊어져서 세이부선을 타고 다시 야 마노테선으로 갈아타고 이다바시역에서 내려서 숙소로 걸어갔다. 많이 걸어서 그런지 힘 들었던 하루였다.

장경태목사님 : 東京愛泉.

8월 20일 (화) 어제 무리를 한 탓에 아침은 모두 비실거렸다. 그래서 아침에는 쉬고, 10시쯤에 아침밥을 먹고 느긋하게 JR선을 타고 우에노(上野)로 갔다. 우에노 요도바시카 메라 상점 앞에서 장 목사님을 만나서 그 옆 골목인 아메요코 시장과 다케야 백화점으로 갔다. 아메요코(アメ황) 시장은 우에노역에서 오카치마치역 사이에 있는 재래식 시장으 로 우리나라의 남대문시장과 비슷한 곳이었다. 여기서는 수입품, 보석, 시계, 의류, 구두, 카메라, 과일, 과자, 생선, 화장품 등 각종 상품을 팔고 있었다. 백화점을 지나서 다케야 (多慶屋)백화점으로 갔다. 목사님께서 쇼핑할 곳을 고르신 곳이 이곳이다. 이곳은 전기 제품, 스포츠용품, 가구, 생활용품 등 거의 모든 제품을 초할인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8층으로 되어 있는데 싸긴 쌌지만 한국 물가와 비교하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어머니 선물로 지압봉을 샀는데, 더 좋은 것으로 사드리지 못해 불효자가 되어버렸다(그 래서 결국 어머니에게 카메라를 함께 드렸다). 어쨌든 여기서 시간을 보내다가 요코하마 의 밤을 보기 위해서 전철(아마 도카이도센,東海道線)으로 이시카와초(石川町)역에서 내 렸다. 거기에서 coin locker에 짐을 놓고 차이나타운으로 들어갔다. 중화가(中華街)라고 크게 쓰여진 중국식 문을 지나 들어가니 빨갛고 노란 거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색적인 거리가 아닐수 없었다. 점심 겸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서 수 많은 음식점이 있었지만 싼 음식점을 골라 들어가서 일본식라면과 중국만두(엄청 컸다)를 맛있게 먹고 차이나타운을 가로질러 야마시타(山下)공원으로 들어갔다. 왼쪽으로는 부두와 높은 요코하마의 빌딩 들, 그리고 베이브릿지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히카와마루(永川丸, 음식을 파는 큰 유람 선), 뒤쪽으로는 마린타워가 보이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야경을 보기 위해 조금 기다려야 했다(이 공원에 약 5시경에 도착했다). 기다리는 시간에 요코 하마 인형의 집(닌교노이에:人形の家)에 들렸다. 그곳은 세계 각국의 민족의상차림을 한 5,000점의 인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입장료는 300엔이었다. 세계각국으로부터 받은 인형 들을 전시하는데, 수집한지가 오래되었는지 인형들이 낡아 있었다. 한국 인형도 눈에 띄 었는데 역시 오래된 것이었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6시였는데, 정각이 되자 인형의 집 앞에 있는 인형들이 춤추고 움직이고 음악이 나왔다. 아주 재미있었다. 인형의 집을 나 와서 해가 지기를 기다리면서 공원의 한켠에서 앉아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유은주사모 의 재치있고 재미난 사회에 맞추어 노래도 부르고 즐겼다. 이제 차츰 밤이 되자 마린타 워의 조명이 색색 켜지고 히카와마루 배도 조명을 밝혔다. 역시 요코하마의 야경은 아름 다왔다. 이 아름다움속에서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거기서 우리의 중창을 바 람에 실어 보내었다. 유럽이나 호주였으면 사람들이 모이고, 박수도 쳤을텐데 일본이라 서 그런지 오히려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일본인이라서 역시 한국사람들의 노래를 가만히 지켜보지 못했겠지... 야경을 감상한 뒤 다시 거꾸로 차이나타운을 거쳐 전철역으 로, 그리고 한 번을 갈아 타고 숙소로 왔다.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8월 21일 (수) 아침에 할 일이 많았다. 아침밥먹기에 도시락 싸기, 짐싸기, 청소하기... 서둘러 모든 일을 끝내고 도쿄를 도망치다시피 빠져나왔다. 어쩐지 도쿄는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기보다는 별로 친근하지 않고 딱딱 한 도시라는 느낌이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었다. 도쿄역에서 신간센을 타고 교토로 갔다. 이번에 탄 기차는 너무 좋았다. 시설도 좋았고 새차였다. 마치 Nozomi처럼 생겼다. 이 기차와 철로는 도대체 어떻게 설계를 했는지 소음이 전혀 나지 않고, 덜커덩거리지도 않는다. 눈을 감으면 정지해 있는 것 같다. 아주 기분좋게 교토역 에 도착, 거기서 접선하기로 한 장로님을 만나고, 김선생님(교토교회 사무원, 첫인상은 나 이가 28정도 되어보였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57년생이란다)을 만났다. 봉고와 자가용으로 교토교회(Saiin역근처)로 갔다. 이번 교회는 아주 규모가 있는 교회처럼 보였다. 건물이 흰색이었는데 교회다운 건물이었다. 도착하여 짐을 풀고보니 도쿄 애선교회(東京愛宣敎會)보다 형편이 나아 보였고, 우리도 좀 더 편하겠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예배시간이 7시였기 때문에 관광할 시간이 나서 짐을 풀자마자 김선생님과 장로님의 안내로 니조조 로 갔다. 그런데 교토의 모든 관광지는 5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니조조(二조城)에 4시에 도착했는데, 니조조가 워낙 크니까 입구는 문을 닫고 있었다. 어쩔수 없이 차머리를 돌려 긴카쿠지(金閣寺)로 갔다(원래는 내일 해뜨면 갈려고 했는 데). 금각사는 건물 전체를 금박으로 입혀서 금빛으로 빛나는 2층 누각이었다. 이 건물 의 매력은 금으로 입혀져 있다는 점에도 있지만 물에 비친 금각사의 모습에도 있었다. 입장료는 300엔. 금각사를 둘러보고 나오니 5시 정각이 되었다. 아주 경제적으로 구경 을 잘 한셈이다. 수요 예배를 위해 다시 교토교회로 돌아와서 찬양을 연습하고 준비하다 가 예배를 드렸다. 재적인원이 약 160명이 되었지만 수요예배는 약 15명 정도 참석한 것 같았다. 찬양을 드리고 예배를 끝내니, 교인들이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인사를 한다. 박 수길 목사님이 출타하셔서 예배를 마치고 협동목사님과 장로님, 권사님과 수박을 먹으면 서 함께 이야기했다. 장로님은 유명한 MK택시의 부회장이라고 했다. 교회의 역사를 이 야기해주시는데 유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세운 교회라고 하는데 올해로 70년이 되는 아 주 전통있는 교회였다.

오늘로서 이번 여행의 절반이 지났다.

8월 22일 (목) 오늘은 교토 여행과 오사카 구룡회관 공연이 있었다. 아침식사는 오늘 우리가 해먹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제 저녁에 우리 찬양을 듣고 성도님 한 분이 우리를 위해 Rhino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대접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호텔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호주에서는 아무 느낌 없이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지만 오늘 아침은 아주 특별한 것 같았다. 맛이 그렇다고 더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성도님의 마음을 먹는 것 같았기 때문에 아주 기분이 좋았다. 정말 정성스럽게 대접하시고 인사하시는 그분을 보고 우리는 한편으로 마음 흐뭇했다. 이런 일본 땅에 와서 이렇게 대접받으리라고는 상 상하지 못했고, 더구나 호텔에서의 아침식사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아침을 먹고 김 선생님의 안내로 우리는 Saiin전철역에서 히가시야마(東山)지역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히 가시야마산조역에 내렸다. 거기서부터 기요미즈테라(淸水寺)로 가는 니넨자카(二年坂)와 산넨자카(三年坂)를 따라 걸어서 기요미즈테라로 갔다. 이 니넨자카와 산넨자카는 양 옆 에 기념품과 골동품점이 늘어서 있는데 바닥은 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돌판으로 깔아 놓 은 아주 일본다운 거리였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상점에서 나오는 에어콘 냉기가 생기를 북돋아 주었고, 상점에서 뿌리는 물도 아주 시원하게 느껴졌다. 거리는 너무나 깨끗했고, 여기저기 작은 절들과 야사카진자(八坂神社) 등 신사들이 많이 있었다. 한참을 걸어서 기요미즈데라에 도착하니 낡고 큰 인왕문이 보였고, 그 오른쪽으로 삼중탑과 본당이 보였 다. 인왕문을 거쳐 올라가니 문 앞에 후쿠로노 초즈바라( )라고 하는 샘물이 있 었는데 마셔보니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일설에 이 물로 양치질을 하면 치통과 두 통이 치료된다고 한다. 삼중탑 옆 등나무 그늘 밑에서 잠시 쉬면서 거기서 인왕문밑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휴식을 취했다. 삼중탑에서 인왕문 쪽을 바라보니 교토 시내가 한 눈에 다 내려다 보였다. 시간이 되어서 다시 지하철을 이용하여 Saiin역에서 내려서 맥 도날드에 들어가 햄버거로 점심식사를 하고 교회로 돌아왔다. 오사카의 공연 때문에 힘 을 축적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교토에서는 어제 금각사와 오늘 기요미즈데라만을 구경했 지만 왠지 도쿄보다는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교회에서 4시에 출발하여 JR교토선으로 신오사카역에 도착하여 순환선을 타고 (히가시?)우메다(每田)역까지 가서 구룡회관을 찾 아갔다. 구룡회관은 오사카의 부랑민들을 모아 예배를 드리고 빵과 죽을 나누어 주는 일 본의 다일공동체와 같은 성격의 교회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긴박한 상황이 온 것이다. 우리는 특송으로 2곡정도 부를것으로 생각하고 반주자 악보도 가져가지 않고, 우리도 더 이상의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회관에 들어가서 기도를 드리고 일본목사님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목사님이 우리에게 1시간 30분의 시간을 주셨고, 그 시 간에 우리가 가진 것을 모두 내어 놓으라고 이야기하셨다. 그리고 설교와 간증도 모든 멤버에게 부탁했다. 갑자기 다가온 위기에 우리 모두는 잠시 멍했지만 저녁을 먹으면서 창효형을 중심으로 뭉쳐서 이 난국을 타개하고자 했다. 창효형이 앞에서 인도를 하고 나 는 드럼을 맡았다. 그리고 우리 중창곡은 3곡정도로 하고 나머지는 간증과 쉬운 복음성 가로 이끌어 나가게 되었다. 통역인도 구하지 못했는데, 다행히 오사카에 계시는 어느 목사님의 사모님이 통역을 맡아주시러 나오셨다. 우리는 예배전에 약간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평안을 되찾고 기도로 준비를 했다. 간증은 현곤이 형, 영복이 형 이 맡았다. 아주 짧은 준비시간이었지만 주님이 지혜를 주셔서 7시부터 시작된 예배를 잘 이끌어 나갔다. 창효형의 아주 힘있는 리드, 순간적인 재치와 뛰어난 어휘실력을 구 사하신 사모님의 통역, 웃음을 잃지 않은 멤버들의 표정, 그리고 즉석으로 준비되었지만 설득력있는 간증, 이 모든 것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지혜를 주셨기 때문이었다. 2시간동 안의 예배 동안에 참으로 행복함을 느꼈다. 우리는 2시간 동안밖에 있어주지 못하지만 그들을 섬기는 많은 분들은 매일매일을 그들과 함께 살며 봉사하고 있다. 그들이 높아보 였다. 나중에 끝나고 축복의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할 때 그들의 손을 잡으면서 나 자신이 비참할 정도로 나약해 보였다. 마치 엔도슈사쿠가 이야기한 도조처럼 그들을 잡는 손에 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오랫동안 씻지 않아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져 있고, 손등을 긁어서 때와 살이 들려 올라와 있는 손... 그 손을 꽉 잡는 것이란 사실 힘들었다. 그러 나 아무 내색않고 그들의 손을 두손으로 잡고 끌어안아 주는 내 모습에서 약간의 구역질 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오늘 하루 이시간만 참으면 되지만, 매일 그들을 대하 는 사람들은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예배 끝나고 목사님과 봉사자들과 함께 둘러앉아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교토로 돌아왔다. 오 늘 저녁 경험했던 구룡회관의 모습과 소리가 아직 내 머리속에 쟁쟁히 남아있다. 그들을 보면서 일본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이 일단 들었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 집 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최저 생활비조차 대어 주지 못하는 인색함이 이해가 안되고, 일할 수 있는 손과 발이 있음에도 왕거지로서 만족하는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쿄의 중심지 신주쿠에서도 Box House에 젊은 사람들이 있음을 보게 되었는데, 왜 그 들은 일을 포기하고 거지로서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8월 23일 (금) 실질적으로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헤어지기 싫었지만 교토교회와 김선생님과 헤어지고 다시 신간센으로 히로시마로 갔다. 히로시마 역에서 이 도시의 명 물인 노면전차(130엔)를 타고(미야지마행을 탔음) 히로시마 평화공원으로 갔다. 이 평화 공원(헤이와기넨코엔,平和記念公園)은 혼가와(本川)와 모토야스가와(元安川) 사이 삼각주 일대에 조성된 곳으로 입구에 내려 들어가니 먼저 위령(慰靈)이라고 쓰인 큰 바위 너머 로 겐바쿠돔이 눈에 들어왔다. 이 겐바쿠돔(原爆ドῄム)은 원폭돔이라고도 하는데 원래 는 히로시마 산업장려관이라는 건물이었는데 히로시마켄 내의 물산전시 등에 사용되었다. 그런데 1945년 8월 14일에 원자폭탄이 이 건물 바로 위에 투하되어서 철근과 외벽만 남 고 파괴되었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직접 눈으로 보느 정말 일본이 다시 싫어지기도 하고 기분이 묘했다. 자기네들이 전쟁을 일으켜놓고 한방 얻어맞았다고 평화를 호소한다는 것 자체가 비굴하다고 생각한다. 평화공원 밖으로 빠져나가보니 한국인 위령비가 있었다. 다른 것은 다 평화공원 안에 있는데 유독 이 위령비만은 평화공원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 고 있었다. 이것을 보니 얼마나 분통이 터지는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유도 모른채 일본에 끌려왔다가 이유도 모른채 억울하게 죽어가야 했던 우리 아버지들을 생각하면서 이전까지는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이지만 그래도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되기를 희망 했지만 이 외로운 위령비를 본 이후에는 일본이 다시 미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위령 비 앞에는 일본 학생들이 놓고간 학 천마리 꾸러미들과 '자신들의 할아버지의 죄를 사과 하고, 하루빨리 위령비가 평화공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국민학생의 글도 액자에 담겨 있었다. 여기까지만 구경하고 헤이와기넨자료관은 구경하지 않고 다시 히로시마역으로 갔다. 역 광장에 누가 모여있어서 자세히 보니 생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누군가! 얼른 뒤로 가서 일본 열도에 내 얼굴을 팔았다. 역에서 저녁을 먹은 뒤 후쿠오카로 가는 신간센에 몸을 실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이하면서 잠 잘 곳이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일부는 공항에서 자자고 했고, 일부는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운형이형이 히로시마역에서 후쿠오카에 계시는 한 목사님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 분이 자기 집을 장소로 제공해주겠다고 하셨다고 했다. 그래도 반신반의하면서 후쿠오카 에 도착했는데, 목사님이 나오셨다. 목사님이 나오시지 않으시면 우리는 공항이나 역에 서 잘 각오를 했었었다. 목사님 차로 세 번의 왕복 끝에 우리 모두는 목사님 댁에서 잘 수 있었다. 목사님께서는 굉장히 입담이 좋으셨다. 과장인지 실제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로 우리의 잠을 단축시키셨다. 그러나 우리는 공항에서의 끔찍한 밤을 상상하고 그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견뎌내었다. 5시간의 달콤한 잠은 우리의 피로를 녹여주었다.

8월 24일 (토) 9시 30분발 Jal 971을 타고 돌아왔다. 남들은 집이 그립고 빨리 가고 싶 다고 하지만 나는 좀 더 있고 싶고 방랑하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내속에 방랑벽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일까? 일본에서의 7일은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일본과 나와의 거리를 한 층 좁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전까지는 일본말도 하나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서도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막연히 미워해야 하는 나라이고, 가만히 있어도 분통이 터지는 나라이고, 우리나라를 배신했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배신의 고리를 놓지 않고 있는 나라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기회로 일본인 의 폐쇄적이고 무식한 속성도 알게 되었고(단순하고 무식해서 빠찡고에 빠지고, 아직도 말레이지아의 밀림에 일본군이 살고 있는 모습) 우리가 동정해야 할 나라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7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이야기하지 못할 많은 것들이 내 머리속에 스쳐 지나 갔다. 한가지 신기한 점이 있다면 우리가 일본에서 한 번도 심하게 다툰적이 없다는 것 이다. 모두 불만이 있을때가 있었지만 슬기롭게 잘 이겨나갔다는 것이다. 그점이 나를 기분좋게 했다. 아무리 사이가 좋더라도 힘들고 짜증날 때는,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일 본에서는 더더욱 싸움이 나게 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것은 하지 않고 지내왔다는 사실 이다. 역시 90기였다. 장하다. 작년의 큰일(호주, 뉴질랜드 순회 찬양공연 준비)을 우리 가 맡고 훈련받은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3명의 사모들도 아주 건강했고, 분위 기를 잘 맞추어주고, 때로는 이끌어나가기도 했다. 남자들만 갔었다면 약간의 충돌도 있 었겠지만 여성들이 남성의 공격성을 많이 무마시켜 주었던 것 같다. 개강후의 바쁜 일정 과 불안한 일정은 접어두고 이번 여행에서의 교훈을 잘 새겨야겠다. 우리는 개인주의가 판치고 있는 나라, 그래서 빠찡고가 잘 되는 나라,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일본에서 승리하고 돌아왔다. 개선가를 불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