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역
10 나 어떡합니까, (내) 어머니! 당신이 나를 온 땅과 더불어 싸우는 자와 다투는 자로 낳으셨습니다.
나는 a빌린 적도 없고, 빌려준 적도 없는데a, b모두가 나를 저주합니다b.
11 야훼께서 말씀하셨다a.
"내가 맹세코 너를 강하게 하여b 잘 되게 하리라c.
내가 맹세코 재앙의 때와 고통의 때에 원수된 자가 너에게 간청하게 하리라.
12 누가 철, (곧) 북쪽에서 온 철과 청동을 부러뜨릴a 수 있을까?
13 너의 재산과 너의 보물들을 약탈품처럼 내가 넘겨주리라.
a네가 사는 곳마다 또, 네가 저지른 모든 잘못으로 인해 값없이 (넘겨주리라)a.
14 내가 너의 원수들을 네가 알지 못하는 땅으로 지나가게a 하리라.
참으로 나의 분노로 불이 타오른다. (그 불이) b너희들을 태우리라b."
15 당신은 아십니다. 야훼여! 나를 기억하시고 나를 돌아보시옵소서!
나를 위해서 나를 뒤쫓는 자들에게 복수하소서!
당신께서 분노를 길이 참으시다가a 나를 버리지 마소서b!
내가 당신을 위해서 치욕을 당하고 있음을 알아주소서!
16 당신의 말씀을 발견하고a 내가 그것을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당신의 말씀b은 나에게 기쁨이 되었고, 내 마음에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c(사람들이) 나를 보고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c. ; 야훼 엘로헤 츠바오트여!
17 나는 흥청거리는 자들의 모임 가운데 앉지 않고 도취되지도 않았습니다.
당신의 손으로 인해 내가 홀로 앉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신께서 나를 분노로 채웠기 때문입니다.
18 어째서 내 고통이 끊이지 않으며, a내 아픈 상처가 낫지 않습니까?a
당신은 진짜로 내게 마치 b흐르다가 끊어졌다가하는b 물(처럼) 속이는 (분)처럼 되시나이다.
19 그러므로 야훼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a만약 네가 돌아오고 내가 너를 다시 돌아오게 한다면a, 너는 내 앞에 서게 되리라.
그리고 만약 a네가 가치 없는 말보다 가치 있는 말을 하면a 너는 나의 입처럼 되리라.
그들은 너에게로 돌아오겠지만 너는 그들에게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20 내가 너를 이 백성에게 튼튼한 청동 성벽으로 삼으리라.
그래서 그들이 너를 대항해서 싸우게 되지만 그들이 너를 이기지 못하리라.
왜냐하면 내가 너와 함께 하여 너를 구하고 건질 것이기 때문이다.
a야훼의 말씀이다.
21 내가 너를 악한 자들의 손에서 건지리라. 내가 너를 잔인한 자들의 손아귀에서 속량하리라a.
2. 본문비평과 사역에 대하여
10a-a 직역하면 "나는 빌리지도 않았고, 그들이 나에게 빌리지도 않았는데"인데 자연스러운 문장을 위해서 말하는 이의 주체를 '나'로 통일시켰다.
10b-b "모두"를 뜻하는 '쿨로'의 다음에 "저주한다"를 뜻하는 자음 'mqlluni'가 따라 오는데, 자음 본문에서는 케티브 '므칼루니'로, 몇몇 히브리 사본에서는 케레 '므칼라니'로, 또 다른 히브리 사본에서는 케레 '므칼라니'로 읽는다. 그러나 어떻게 읽든지 '멤'이 들어가는 동사나 분사의 형태는 없기 때문에 문제로 남는다. 루돌프는 '멤'을 앞 단어 '쿨로'의 뒤에 붙여서 '쿨헴 킬루니'로 읽기를 권장하고 있다. 좋은 고쳐 읽기지만 '쿨헴'의 용례가 전혀 없어서 증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루돌프의 주장을 참고로 본다면 삼하 23:6에 나오는 용례처럼 모음부호를 붙여서 '쿨라함'으로 읽는 것이 더 낫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쿨라함 킬루니'로 읽는다.
11a 70인역에는 '아마르'(말하다) 대신에 '게노이토'으로 읽는다. 이렇게 읽으면 "야훼여, 그대로 되기를 빕니다"라고 번역되어 말하는 주체가 하나님이 아니라 예레미야가 된다. 그러나, 70인역을 따라 주체를 예레미야로 본다면 아래문장의 내용이 더욱 부자연스러워지므로 여기에서는 맛소라 본문을 따른다. 공동번역에서는 "야훼여"라고 번역해서 "그대로 되기를"을 없애고 주체를 예레미야로 본다.
11b "강하게 하다"로 번역한 자음 본문 'shrutk'는 형태가 모호해서 많은 역본들이 다르게 읽고 있다. 전통적으로 케티브 '셰루트카' 혹은 '샤로티카', '강하게 하다','굳히다'를 뜻하는 '샤라르'의 칼) 읽지만 케레와 몇몇 히브리 사본에서는 '셰리티카'('풀어주다'를 뜻하는 '샤라'의 피엘)로 읽고, 또 다른 히브리 사본들에서는 '셰로티카'로 읽고, 탈굼, 불가타, 심마쿠스역, 아퀼라역에서는 '쉬에리트카'로 읽는다. 개역과 표준새번역에서는 케티브로 읽고 있는데, 어느 읽기에 따라서 보느냐에 따라서 말하고 있는 상황이 달라진다. 케레를 따라 "자유케 하다"로 읽으면 말하는 이가 갖혀 있는 특수한 상황이 연상되어 상황 묘사가 명확해지지만 10, 12, 20절 등의 문맥을 살펴볼 때 케티브를 따라서 "강하게 하다"로 번역하는 것이 더 낫다.
11c 직역하면 "선을 위하여 너를 강하게 하겠다"이다. 개역에서는 '르토브'를 "너로 복을 얻게 할 것이며"로, 표준새번역에서는 "네가 복을 누리게 하겠다"로 길게 풀어 번역했다.
12a "부러뜨리다"를 뜻하는 히브리어 '하야로아'(라아 II1)의 칼)를 몇몇 히브리사본, 라틴역, 시리아 헥사플라(Syrohexaplaris), 테오도시온역, 아랍역에서는 "알다"를 뜻하는 '하예다'로 읽어서 "누가 철을 알겠는가?"로 번역하고 있고, 70인역에서는 이와 비슷하게 '에이 그노스테세타이'로 읽어서 "철이 알려질까?"로 번역했다. 여기에서는 본문을 따라 그대로 번역했다.
13a-a 직역하면 "값없이, 너의 모든 잘못들 때문에, 너의 모든 영역 안에서"이다. 여기에서 "값없이"를 앞의 동사 문장에 귀속시키고 나머지 두 구를 앞 문장의 이유를 설명하는 독립 부사구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본문을 보면 13절이 두 줄로 되어 있는데 "값없이"는 둘째 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뒤에 나오는 두 구와 연결시켜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악센트를 보면 이 점이 더 확실해진다. "값없이"의 바로 앞에 나오는 단어 '에텐'의 악센트에는 분리를 표시하는 '티프하'가 있고, 그 다음 단어에는 연결을 표시하는 '므나'가 있기 때문이다.
14a 많은 히브리 사본과 탈굼에서는 '하아바르티'(내가 지나가게 하리라) 대신에 '하아바드티'(내가 섬기게 하리라)로 읽는다. 그리고 몇몇 사본과 70인역, 시리아역에서는 어미에 '카'를 덧붙여서 "내가 너를 섬기게 하리라"로 읽는다. 70인역처럼 읽으면 이 문장은 심판이 아니라 구원을 약속하는 내용으로 바뀌어서 내용의 모호함을 잘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이렇게 고치면 17:4절과 같은 모양을 갖추게 된다. 아마도 17장의 그것이 선행되었고, 본문이 다시 사용된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본문이 17:4절과 비슷해서 17장의 내용이 여기에 침입한 것으로도 볼 수 있으나, 비슷한 본문으로 다른 뜻을 전하는 언어유희를 부려서 독특한 의미를 전하는 언어구사로 볼 수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둔다.
14b-b "태우리라"로 번역한 '투카드'는 '야카드'의 사역수동형으로 직역하면 "너희들을 거슬러서 태워지게 하리라"인데, 여기에서는 보다 자연스러운 문장이 되도록 능동으로 고쳐서 번역했다. 그리고 "너희들을 거슬러서"를 뜻하는 '알레켐'은 몇몇 히브리사본에서는 17:4와 상응하게 하기 위해서 '아드-올람'(영원히)으로 읽었다. "너희들"이라고 하는 복수 2인칭이 이 구절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여기에서는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둔다.
15a 길다는 뜻의 '에레크'는 형용사 '아레크'의 연계형으로 "분노"와 함께 쓰이게 되면 "분노를 오래 참는다"는 뜻이 된다.2) 그런데 '에레크'가 전치사 '르'와 함께 쓰이게 되면 "∼하는 동안"처럼 기간을 나타내는데, 이때는 형용사 '에레크' 대신에 명사 '오레크'가 쓰인다.3) 이렇게 볼 때 본문에서 '에레크'는 루돌프의 제안대로 '오레크'로 읽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15b '티카헤니'는 '취하다'의 뜻을 지닌 '라카흐'의 칼 미완료 형태인데 재귀명령(jussive in meaning)의 성격이 짙다. 직역하면 "제거하지 마소서"인데 의역해서 "버리지 마소서"로 옮겼다.
16a 직역하면 "당신의 말씀들이 발견되어서"인데 능동으로 고쳐서 번역하였다.
16b 많은 히브리사본과 역본들이 케티브 '드바레카' 대신에 케레처럼 '드바르카'로 읽는다. 왜냐하면 복수로 읽으면 앞 문장에 나오는 '드바레카'와는 수가 맞아 들어가지만 이 문장에서는 동사가 단수형태이기 때문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단수 형태로 고쳐 읽으면 문맥은 자연스럽지만, 여전히 앞 문장과의 문제는 남아있기 때문에 불명확한 상태로 그대로 두기로 한다.
16c-c 직역하면 "당신의 이름이 내 위에 불리워졌기 때문입니다"이다. 이것을 개역에서는 "나는 주의 이름으로 일컬음을 받은 자라", 표준 새번역에서는 "저는 주의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입니다"로, 공동번역에서는 "이 몸을 주님의 것이라 불러 주셨기에"로 번역했다. 모두가 야훼의 이름과 예언자가 동일시되었다는 비슷한 의미를 띠고 있다.
18a-a 직역하면 "내 아픈 상처가 고침받기를 거부합니까?"이다. 여기에서 "아픈"을 뜻하는 '아누샤'는 상처를 꾸미는 분사형인데, 개역에서는 "고통이 중하여"로 번역했고, 표준새번역과 공동번역에서는 빠져있다.
18b-b 직역하면 "신실하지 않은"이다. 물이 신실하지 않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스라엘의 와디를 연상하면 된다.
19a-a 모든 역본들이 "만약 네가 돌아오면(돌이키면) 내가 너를 돌아오게 하겠다"고 번역을 하지만, "네가 돌아온다"를 뜻하는 '타슈브'의 악센트가 연결 악센트인 '마팍'이고, "내가 너를 돌아오게 한다"를 뜻하는 '와아쉬브카'의 악센트가 분리 악센트인 '파스타'임을 감안한다면 이 두 동사를 붙여서 번역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타슈브'와 '와아쉬브카' 두 동사를 조건절에 포함시켜 번역하였다.
19b-b "∼보다"는 '멤'을 번역한 것이다. 개역에서는 "∼에서"라고 번역하고 있지만 이때는 비교의 '멤'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표준새번역에서는 "천박한 것을 말하지 않고"라고 해서 비교의 의미를 살려 번역을 하고 있다. "나오게 하면"은 '토치'('야차'의 히필형)를 번역한 것인데 표준새번역과 공동번역에서는 모두 "말하다"로 번역하는데 '야차'의 용례를 보아서 타당한 번역이다.4)
20a-21a 헬라어 원본문에서는 '느움 아도나이 워 히찰티카'와 '우프디티카'가 빠져있다. 이에 따라서 20절 중반부터 본문을 재구성하면 "왜냐하면 내가 너와 함께 하여 악한 자들의 손과 잔인한 자들의 손아귀에서 너를 구하고 건질 것이기 때문이다"로 번역된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러운 번역이 되지만 본문이 이렇게 배열한데는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 보아서5) 여기에서는 본문을 그대로 살려 번역하였다.
3. 단락 구분에 대하여
본문을 15:10-21까지 끊어 읽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앞 뒤 단락의 말하는 이의 변화, 내용, 형식 등을 살펴야 한다. 우선 15:5-9까지는 유다에 대해 예언자가 탄식할 때 야훼가 그 탄식을 거절하고 그 땅에 있는 자식들을 끊어서 과부와 아들 잃은 여인이 많아졌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주체는 야훼이며, 9절 마지막에 "야훼의 말씀"(느움 아도나이)이라는 형식어구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10절부터는 탄식을 나타내는 말인 "나 어떡합니까"(오이-리)를 시작으로 말하는 이가 예언자 '나'로 바뀌면서 그 내용도 유다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 탄식하고 있다. 이렇게 보아서 10절부터 끊어 읽는 것이 타당하다. 11절에는 "야훼께서 말씀하셨다"(아마르 아도나이)라는 형식어구가 나오면서 말하는 이가 야훼로 바뀌는데 이것은 11-14절까지 '내'가 탄식한 내용에 대한 응답으로 보아서 10절과 하나로 묶어 볼 수 있다. 그러다가 15절에서 말하는 이가 다시 '나'로 바뀌어 18절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그 내용이 탄원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10절의 탄식 상황의 연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19절에서는 "야훼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코 아마르 아도나이)라는 형식어구로 말하는 이가 다시 야훼로 바뀌며 '나'를 구원하겠다는 약속의 말씀이 나온다. 그 말씀은 내용으로 보아서 21절까지 이어지지만 20절 마지막에 "야훼의 말씀"(느움 아도나이)라는 어구가 나와서 20절까지 끊어 읽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21절 마지막에 열린 단락을 표시하는 '페투하'가 나오고6) 16:1에서 큰 단락으로 나눌 때 쓰이는 예언 형식어구로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21절까지 끊는 것이 타당하다.
4. 본문의 짜임새와 문학 형식
1) 본문의 짜임새
본문은 예레미야의 첫 번째 고백(11:18-2:6)에서처럼 말하는 이가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10절에서는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처지, 곧 온 땅과 싸우는 자가 되었고, 모두가 '나'를 저주하고 있는 상황을 탄식조로 표현하고 있다. 11-14절에서는 야훼께서 그 탄식을 들으시고 일일이 답해 주시고는 야훼 자신의 계획에는 변함이 없음을 수사의문으로 표현하시고 그 계획의 내용을 이야기하신다. 15절에서는 '내'가 야훼를 믿고 있음을 전제하고 야훼께 '나'를 뒤쫓는 자들을 복수하되 빨리 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15b-18절에서는 '나'의 이런 곤경이 야훼 때문임을 주장하며 그 책임을 야훼께 전가시킨다. 야훼의 말씀을 먹고 즐거워 했으며, 야훼 때문에 흥청거리는 자들의 모임에도 가지 않고 그들에게 소외되었는데 지금 '나'에게 돌아온 결과는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결국 이런 '나'의 상처 입은 모습들은 야훼께서 '나'를 속이셨기 때문이라고 감히 이야기한다. 19-21절은 이런 '나'의 항의에 대해 야훼께서 '나'와 야훼와의 관계성, 예언자로서의 직책, '나'와 원수와의 관계성을 다시 회복시키시겠다고 약속하시고 '나'와 함께 하시고 강하게 하셔서 싸움에서 이기게 하겠다고 구원의 약속을 하신다. 이런 흐름을 토대로 본문을 자세하게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I. '나'의 탄식 : '나'와 원수와 대적하고 있는 곤경 상황 묘사 (15:10)
A. 싸움에 대한 탄식 : 온 땅과 싸우고 있는 '나' (15:10a)
B. 원수에 대한 탄식 : '나'를 저주하는 사람들 (15:10b)
II. '나'와 원수에 대한 야훼의 응답 (15:11-14)
A. 도입 : 예언 형식어구 (15:11aՁ)
B. 야훼의 말씀 (15:11aՂ-14)
1. 야훼의 맹세 (15:11aՂb)
a. '나'에 대한 맹세 : '나'를 강하게 함 (15:11aՂ)
b. 원수에 대한 맹세 : 원수가 '나'에게 간청하게 함 (15:11b)
2. 야훼의 계획은 아무도 방해할 수 없다는 수사 의문 (15:12)
3. 야훼의 심판 계획 (15:13-14)
a. 심판의 묘사 (15:13-14a)
1) '나'에 대한 심판 : 잘못들로 인해 거주지에 있는 재산을 약탈당하게 하리라 (15:13)
2) 원수들에 대한 심판 : 원수들을 알지 못하는 땅으로 지나가게 하리라 (15:14a)
b. 심판의 동기 : 야훼의 불타는 분노 (15:14b)
III. 야훼에 대한 '나'의 탄원 (15:15-18)
A. 탄원의 도입 (15:15aՁ1)
1. 신뢰의 확신 : 당신은 아십니다 (15:15aՁ1衁)
2. 야훼의 이름을 부름 : 야훼여 (15:15aՁ1遁)
B. 곤경을 벗어나게 해달라는 탄원 기도 (15:15aՁ2Ղ)
1. 야훼의 간섭을 바라는 기도 (15:15aՁ2衁)
2. 원수에 대한 복수를 바라는 기도 (15:15aՁ2遁)
3. 야훼의 분노('나'의 구원)를 바라는 기도 (15:15aՂ)
C. '나'의 결백 주장 (15:15b-18)
1. 예언자로서의 직책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 대한 '나'의 결백 주장 (15:15b-17bՂ)
a. '나'의 곤경이 야훼 때문임을 알아달라고 하는 요구 (15:15b)
b. '나'와 야훼와의 관계성 묘사 (15:16-17ab)
1) '나'는 야훼의 이름으로 불리게 됨 (15:16)
2) 흥청거리는 자들의 모임에 가지도 않음 (15:17abՁ)
c. 동기 : 야훼의 분노가 '나'를 채웠다 (15:17abՂ)
2. 야훼에 대한 불평 (15:18)
a. 질문 : 왜 내 고통이 끊이지 않습니까? (15:18a)
b. 대답 : 당신은 나를 속였습니다 (15:18b)
IV. '나'에 대한 야훼의 응답 (15:19-21)
A. 도입 : 예언 형식어구 (15:19aՁ)
B. 야훼의 말씀 (15:19aՂ-21)
1. 회복의 약속 (15:19aՂb)
a. '나'와 야훼의 관계성 회복 (15:19aՂ12)
1) 조건 : '나'와 야훼가 서로간에 화해하면 (15:19aՂ1)
2) 결과 : 야훼 앞에 서게 됨 (15:19aՂ2)
b. 예언자로서의 직책 회복 (15:19bՁ12)
1) 조건 : 가치 있는 것을 나오게 하면 (15:19bՁ1)
2) 결과 : 야훼의 입으로 봉사하게 됨 (15:19bՁ2)
c. '나'와 사람들의 관계성 회복 : 그들이 너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15:19bՂ)
2. 구원의 약속 (15:20-21)
a. 싸움으로부터의 구원 : 야훼께서 '나'를 청동성벽으로 삼으셔서 싸움에서 이김 (15:20a)
b. 구원의 근거 : 야훼께서 '나'와 함께 하심 (15:20bՁ)
c. 맺음 : 예언 형식어구 (15:20bՂ)
d. 원수로부터의 구원 : 야훼께서 악한 자들과 잔인한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지심 (15:21)
이 흐름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본문을 이끌어가는 주요한 몇가지 모티브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살펴보면 10절에서 나온 '싸움'의 모티브(10a절)와 저주하는 '원수'의 모티브(10b절)가 21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고, 그 모티브들을 해결해주는 또 다른 모티브, '나'와 야훼와의 '관계성'의 모티브(15b-19절)가 등장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7) 여기에서 '싸움'과 '원수'의 모티브들의 흐름을 추려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싸움'의 모티브의 흐름
탄식 : 나를 싸우는 자와 다투는 자로 낳으셨습니다.(15:10a)
응답 : 너를 강하게 하여 잘 되게 하리라.(15:11aՂ)
탄원 : 분노를 참으시다가 나를 버리지 마소서!(15:15aՂ)
응답 : 너를 대항해서 싸우지만 이기지 못하리라.(15:20aՂ)
'원수'의 모티브의 흐름
탄식 : 모두가 나를 저주합니다.(15:10b)
응답 : 원수가 너에게 간청하게 하리라.(15:11b)
탄원 : 나를 뒤쫓는 자들에게 복수하소서 (15:15aՁ2遁)
응답 : 악한 자들, 잔인한 자들의 손에서 건지리라(15:21)
위의 짜임새와 모티브의 흐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야훼의 대변자로 성실히 직책을 감당하고 있던 '나'에게 결과적으로 닥친 상황은 온 땅과 더불어 '싸우고'(싸움의 모티브), '나'와 관계없는 사람까지도 '나'를 저주하는 '원수들'에 둘러싸인 상황(원수의 모티브)임을 탄식하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야훼께서 나를 속이셨기 때문(나와 야훼와의 관계성의 모티브)이라는 '나'의 불평에 대해, 야훼께서는 우선 야훼의 계획은 변함이 없음을 선포하고, '나'와 야훼와의 관계성을 회복하신 후, 다시금 '나'에게 직책을 맡기시며, 동시에 싸움에서 승리하게 하고 원수로부터 건지시겠다고 약속하시고 계신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문은 '제 2의 소명 본문'이라고 볼 수 있다.
2) 문학 형식
본문은 예레미야의 고백이라고 불리는 기도문 중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글이다. 이 글들은 다른 예레미야의 기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1장에서 예레미야는 비록 심판의 말씀을 전하라고 부름을 받았지만 줄곧 이스라엘과 유다에 대해 심판예언을 한 이후에는 곧바로 그들의 편에 서서 탄식해왔었다(4:19-31, 8:18-9:2, 9:10-12, 10:19-22 등). 그러나 소위 예레미야의 고백이라고 불리는 기도문에서는 자기가 변호해 오던 자들을 야훼께 고발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본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본문 속에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탄식(10절), 신뢰의 확신(15절),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기도(15b-17절), 야훼에 대한 불평(18절) 등 탄원시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있지만 특히 "원수-나"의 대결 구도 속에서 원수에 대한 고발(15절)과 극한 상황에서 원수에게 빨리 복수해 달라고 하는 기도(15절), 그리고 법정에서 쓰이는 맹세(11절) 등 복수와 저주의 시의 요소들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원수'에 대한 복수를 바라는 구절들은 대부분 탄원시의 유형 안에 포함되어 있으므로8) 크게 보아서 탄원시의 요소에 포함시킬 수 있다. 줄여 이야기하면 본문에 있는 예레미야의 기도문은 전체적으로 탄식, 고발, 불평, 복수 등의 요소들이 포함된 탄원시의 성격을 띠고 있다.
5. 본문 풀이
10절 : 본문은 "나 어떡합니까"하는 외마디로 시작하고 있다. "어떡합니까"라고 번역한 '오이'는 탄식이나 심판의 상황에서 부르짖는 외마디 소리인데, 시편에서는 한번도 발견되지 않고, 주로 예언서에서 발견된다.9) 심판의 상황에서 쓰인 예는 겔 24:6, 사 3:9 등인데 이때는 야훼께서 예루살렘을 보시고 내뱉으신 말씀이며, 사 6:5이나 본문처럼 예언자가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보고 부르짖는 탄식의 상황에서도 이 말이 사용되었다. 특히 본문에서 사용된 표현(오이-리)과 똑같은 표현이 렘 10:19에 나오는데 그때의 '나'는 중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지만 "이는 참으로 나의 고난이라 내가 참아야 하리로다"하면서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당연히 받아야 할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본문에서는 다르다. '나'는 이 말과 함께 어머니를 찾으면서 '나'에게 닥친 곤란한 상황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어머니께서 '나'를 싸우는 자와 다투는 자로 낳으셨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싸우는"으로 번역한 '립'은 2:9에서는 야훼께서 예레미야가 중재했던 "온 땅"과 더불어 소송을 걸고 싸우실 때도 쓰였다.10) 이렇게 볼 때 야훼께서 싸우신 온 땅과 더불어 싸우고 있는 '나'는 이미 야훼의 말을 받아서(1:9) 야훼의 편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탄식을 하면서도 이미 '나'는 야훼의 것이라는 강한 신뢰가 깔려 있는 것이다.
또 여기에서 어머니를 찾는 것은 "나를 복 중에 짓기 전에 알았고, 태에서 나오기 전에 구별하신"(1:5) 야훼를 간접적으로 부르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나'의 탄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는 빌린 적도 없고 빌려준 적도 없는데 모든 사람이 나를 저주합니다." 이 말은 '나'와 돈 거래를 하지도 않고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까지도 원수가 됨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10절에서 본문의 '나'는 야훼의 편에 있기는 하지만 힘에 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나'와 원수가 되었음을 야훼께 탄식조로 불평하고 있다.
11-14절 : 이제 11절에서 야훼께서는 '나'의 탄식을 들으시고 말씀하신다. "야훼께서 말씀하셨다." 본문비평에서 살펴본 것처럼 70인역에서는 "말씀하셨다"로 번역한 '아마르' 대신에 '게노이토'로 읽어서 말하는 이를 '나'로 본다. 그러나 다음에 나오는 야훼의 대답은 10절의 탄식조의 불평에 대한 적절한 대답이기 때문에 야훼께서 말씀하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1절에 나온 야훼의 발언은 맹세할 때 쓰이는 어투 '임-로'(맹세코)가 두 번 나오면서 10절의 '나'의 두 가지 불평에 각각 맞아 들어간다. 첫 번째로 야훼께서 "맹세코 너를 강하게 하여 잘 되게 하리라"로 말씀하시는데, 이것은 10a절에서 "나를 싸우는 자와 다투는 자로 낳으셨다"라고 하는 '나'의 불평에 대한 대답이다. 이어서 야훼께서는 "맹세코 재앙의 때와 고통의 때에 원수된 자가 너에게 간청하게 하리라"고 말씀하시는데, 이것은 10b절 "모두가 나를 저주합니다"라는 '나'의 불평에 대한 대답이다. 10절과 11절은 내용만이 아니라 수사 표현에서도 맞아 들어가는데, 10절에서는 '이쉬'와 '로'가 각각 쌍으로 나오는데, 11절에서는 '임-로'와 '브에트'가 각각 쌍으로 나온다.
이렇게 10절과 11절은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긴밀하게 엮어져 있지만 12절에서 갑자기 불평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내용이 돌출해서 통일성을 흐려놓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문제에 대해 브라이트(Bright)는 12절의 본문이 불확실하며 루돌프의 의견처럼 17:1이 와전된 것으로 볼 뿐만 아니라, 더 넓게 12-14절까지의 문맥이 7:3-4에서 변질되어 본문에 삽입된 것으로 보아서 12-14절 전체를 삭제시켜 해석한다.11) 주어도 불명확해서 맥케인(McKane)은 주어를 "철"로 보고 번역하고 있다.12) 그러나 12절은 17:1의 와전이라고 보기보다는 10절의 대답의 연속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장에서 야훼께서는 '나'에게 말씀을 주셨는데(1;4, 9), 그 말씀의 내용은 유다에 심판을 베풀어 징계하는 것이었다(1:13-16). 그리고 야훼께서는 '나'에게 이 말씀을 다 그들에게 전하고 두려워 말라고 말씀하셨다(1:7-8, 17). 이 소명에 '나'는 충실히 말씀을 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백성들은 깨닫지도 않고(3:1-5, 5:21) '나'를 죽이려는 자들만 번성하고 늘어가기만 하고(11:19, 12:1-2), 게다가 본문 바로 전까지 야훼까지도 '나'의 간구를 듣지 않으심을 보고는(14:7-15:9) 그만 힘이 빠져버린 것이다. 이제는 야훼의 말을 받아 전하지만 야훼의 심판 계획에 대해서 확신이 없어진 것이다. 이런 '나'에게 야훼께서는 예레미야의 첫 번째 고백에서 사용하신 것처럼 수사 의문문으로 야훼 자신의 계획은 변함이 없으며, 그 아무도 그 계획을 취소할 수 없다고 강조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야훼께서 누구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하신 것일까? 할러데이(Holladay)는 12절이 하나냐와의 만남(28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추측한다. 예레미야가 느부갓네살의 멍에를 상징하는 나무 멍에를 목에 걸고 예언했을 때 하나냐가 예레미야의 멍에를 꺾었다(28:10). 이때 야훼는 쇠멍에를 만들라고 명령하셨다(28:13). 본문의 상황이 바로 그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본문의 주어는 하나냐라고 추측한다.13)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10, 11절에서의 원수는 하나냐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 확실한 배경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한편 "북쪽에서 온"으로 번역한 '미차폰'은 예레미야서에서는 주로 '재앙'(라아 ; 렘 1:14, 4:6, 6:1)과 함께 쓰였다.
12절에서 야훼께서 이야기하신 자신의 계획이 13절과 14절에서 구체화된다. 13절에서는 재산과 보물을 약탈당하는 대상이 문맥 그대로 놓고 보면 '너'인데, 이때는 백성들을 대표한 '나'로 이해해야 한다. 10:24에 보면 '나'의 기도가 나오는데 야훼께서 '나'를 징계하시되 진노로 하지 마시고 너그러이 해 달라고 기도한다. 이때의 '나'는 10:25의 "주를 알지 못하는 열방과 주의 이름으로 기도하지 아니하는 족속들"과는 반대의 개념으로 분명히 '나' 개인이 아니라 야곱(10:25), 유다 백성들을 의미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10절에서 야훼의 편에 서서 백성들이 자신을 저주하는 원수라고 고발하고 있는 '나'를, 야훼께서는 백성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 백성과 연대한 '나'로 보고 계심을 알 수 있다(13절). 분명히 야훼의 말씀을 받은 '나'는 야훼의 편에 서 있음과 동시에 백성의 편에 서 있으며, 또 서 있어야 한다. 이제 14절에서 야훼께서는 '너'의 원수들을 알지 못하는 땅으로 보내시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하신다. 이 말씀은 심판의 말씀이지만 원수들에 의해 저주받고 있는 '나'로서는 구원의 말씀이기도 하다. 야훼께서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근거는 불타 오르는 "분노"(아피) 때문이다. 그런데 예레미야서에 나오는 야훼의 분노는 주로 그의 백성들이 다른 신들에게 제사를 드릴 때만 발견할 수 있다(7:20, 17:4, 32:31, 37).14) 이렇게 볼 때 13절 하반절에 나타난 "네가 저지른 잘못들"은 사회적인 부정과 불의보다도 종교적인 부정으로 보인다.
15-18절 : '나'는 11-14절의 야훼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10절에서 이야기한 주제, 즉 싸움과 원수의 문제를 또 다시 들고 야훼께 직접 탄원한다. '나'는 우선 도와달라고 요청하기 전에 "당신은 아십니다"라고 하는 최상의 신뢰의 표현을 야훼께 드린다. 이는 나의 처지를 아시고 나의 기도를 들으시는 분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당신, 야훼밖에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더불어 '내'가 야훼 당신 앞에서 거리낌이 없으며 결백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이제 '나'는 본격적으로 야훼께 도움을 요청하는 기도를 드린다. 가장 먼저 나오는 기도는 야훼의 주의를 끄는 어투로 쓰이는 두 가지 동사 "기억하소서"(자크레니)와 "돌아보소서"(파크데니)로 된 기도이다. 이런 일반적인 기도 이후에 '내'가 당하고 있는 두 가지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드린다. 하나는 나를 뒤쫓는 자들에게 복수해 달라는 기도이다. 이것은 10절에서의 '원수'의 모티브에 해당한다. 또 다른 하나는 야훼께서 분노를 참으시다가 나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하는 기도이다. 이 말은 10절에서의 '싸움'의 모티브에 해당하는 것인데, 싸우고 있는 나를 위해서 분노를 오래 참지 마시고 빨리 노하셔서 나를 살려달라는 기도이다. 이 상황은 마치 요나가 하루만에 니느웨성을 돌고나서 성 밖에 장막을 짓고 성이 빨리 무너지기를 바라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서 "분노를 길이 참으시다가"로 번역한 '르오레크 아프카'는 원래 "인자"(헤세드)나 "진실"(에메트)과 함께 쓰여서 뜻을 돌이켜서 재앙을 내리지 않으시고 오래 참으시는 야훼의 성품을 나타내는 좋은 의도로 사용되는데,15) 여기에서는 그 성품을 거두시고 나를 구해달라고 하는 이례적인 기도에서 사용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야훼의 심판의 말씀을 받아서 예언을 했는데 심판이 빨리 닥치지 않고 평온한 상태가 지속이 되자 희망을 외치는 거짓 예언자들(14:13)과 그 거짓 예언을 믿는 백성들에게 미움을 받고 죽음의 위협(11:21)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야훼께서 그들을 죽이시지 않으면, 그들이 '나'를 죽일 것이라는 위협 앞에 직면해 있기에 야훼의 분노를 촉발시키는 것이다.
이제 15b-18절에서 갑작스럽게 '나'는 야훼 앞에서 결백한데 왜 야훼는 나를 속이시느냐고 불평한다. 이 부분은 12-14절처럼 통일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15a절까지는 "나-원수"의 대결 상황에서 야훼께서 중재하시기를 바라며 탄원하는 장면이지만 이 부분은 "나-야훼"의 대결 상황으로 장면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나온 '싸움'과 '원수'의 문제들이 모두 "나-야훼"의 관계성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면 이 부분이 '나'의 탄원의 문제들을 풀어주는 모티브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야훼께서 백성들과 싸우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마땅히 야훼의 입인 '나'도 백성과 싸우게 되고 원수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상황 자체 때문에 '내'가 탄식하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생수의 근원되는 야훼(2:13)를 버리지 않고 야훼 편에 섰는데(16-17절), 야훼께서는 마치 끊어진 생수처럼(15:18) 처음에는 "돌아오려거든 내게로 돌아오라"(3:22, 4:1)고 하셨다가 지금은 '내'가 "우리의 악과 우리 조상의 죄악을 인정하고"(14:20) 비가 내리기를 간구해도(14:22) 그 뜻을 돌이키지 않으시기에(14:11-12, 15:1) 야훼의 말씀의 신실함과 야훼와의 관계에 대한 의심을 품고 불평하는 것이다.
15b-17절까지는 '내'가 이때까지 야훼 앞에서 정직하고 결백했다는 주장을 펼친다. 여기에 있는 모든 동사들이 완료형인 것으로 보아서 '내'가 야훼로부터 말씀을 받은 시절, 소명을 받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고 있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지금 '내'가 받고 있는 고통이 야훼 때문임을 전제하면서(15b), '나'와 야훼와의 지난날의 돈독했던 관계성을 묘사한다. 먼저 야훼께서 주시는 말씀을 받고는 '내'가 야훼의 것이 되어서 기뻤으며(16절), 야훼 때문에 세상 사람들과도 격리되었다는 것이다(17abՁ). 그 이유는 '내'가 야훼의 분노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야훼께서 품으시는 분노를 나도 품으면서 야훼의 편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18절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야훼의 편에 선 결과는 여전히 고통과 상처가 가시지 않고 계속 된다는 것이다.
16절에서 "당신의 말씀"은 1:9에서 야훼께서 '나'에게 주신 말씀이라는 것 외에 그 말씀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베릿지(Berridge)는 이 말씀이 단순히 영감으로 받은 말씀이 아니라, 622년에 기록된 신명기 두루마리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예레미야의 소명보다 이 두루마리의 발견이 시간상 앞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16) 이것은 일리있는 주장이긴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 구절은 '내'가 처음 야훼로부터 소명 받을 당시를 회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16절과 18절에서 과거와 현재의 대조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두 단어가 상응해서 나온다. 16절에서 '나'는 처음 말씀을 먹을 때 느꼈던 감정을 "기쁨"(사손)과 "즐거움"(시므하)이라는 두 단어로 표현했다. 그러나 18절에서는 16절의 두 단어와는 반대의 뜻을 가진 "고통"(크에브)과 "상처"(마카)라는 단어로 현재의 상황을 표현하면서 극에서 극으로 바뀐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이렇게 18절에서 '나'는 자신이 야훼 앞에서 결백한데 왜 고통과 상처가 있는지를 "어째서"라고 번역한 '람마'라는 의문부사로 묻는다. 이 물음은 야훼께 대한 물음이기도 하고, 스스로 내뱉는 아픔의 절규이기도 하다. 이러한 물음, 혹은 절규에 이어서 '나'는 이때까지 야훼께서는 마치 "생수의 근원"이라고 믿었는데 "터진 웅덩이"가 되신 것처럼(2:13) '나'를 속이셨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17) 아마도 '나'는 바로 본문의 앞장인 14장에서 유다에 닥친 가뭄을 연상했을 것이다.
19-21절 : 바로 앞 구절에서 나온 '나'와 야훼의 관계성에 대한 불평이 드디어 야훼의 응답을 이끌어낸다. 19절에서 '라켄'(그러므로)이라는 독립 부사가 나와서 다음에 나오는 야훼의 말씀이 18절까지의 '나'의 불평에 대한 대답으로 묶이게 된다. 야훼의 두 번째 대답은 '임' 조건절과 주절로 된 문장이 두 번 나오면서 시작된다. 이것은 10절에 대한 야훼의 첫 번째 대답(11절)에서 '임-로'가 두 번 반복되는 맹세의 문장과 더불어 평행을 이룬다. 첫 번째 조건절에서는 동사 '슈브'가 두 번 나온다. 한 번은 칼 2인칭으로, 또 한번은 히필 1인칭으로 나와서 '내'가 야훼께 돌아가고, 야훼도 나를 돌아오게 하는 두가지 조건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이는 야훼께서 '나'와 야훼 사이의 상호 화해를 조건으로 내세우시는 것이다. 이때 "돌아간다"는 의미는 방향의 전환 뿐만 아니라 "회개한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이렇게 보아서 18절에서 야훼 앞에서 등을 돌린 '내'가 야훼께로 돌아선다는 의미는 이미 회개의 뜻을 포함하고 있으며, 뒤에 이어 나오는 "야훼께서 돌아오게 하신다"는 뜻과 평행을 이룬다. 이제 그 두 조건이 충족되면 '내'가 야훼 앞에 설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첫 번째 조건절과 주절은 '나'와 야훼와의 관계성을 회복시켜 주시겠다는 약속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두 번째 조건절이 나온다. 네가 가치 없는 말보다 가치 있는 말을 하면 야훼의 대변자가 되게 하겠다는 말이다. 16절에서는 1:9처럼 야훼의 말씀이 입으로 들어갔을 때(아칼) 야훼의 대변자가 되었지만 여기에서는 반대로 쓸모있는 말을 입 밖으로 나오게 할 때 야훼의 대변자가 된다고 한다. 이렇게 입에서 나오는 말을 정결케 하라는 조건은 마치 이사야가 입술이 부정한 사람이라고 탄식했을 때 숯을 입에 대며 악을 제하고 죄를 사해주시는 야훼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사 6:5-7). 이사야가 입을 정결케 하고 소명을 받았듯이, 19절의 '나'도 쓸모있는 말씀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1장에서 받은 소명을 여기에서 다시금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두 번째 조건절과 주절은 야훼 앞에 돌아온 '나'에게 예언자로서의 직책을 다시 회복시켜 주시겠다고 하는 야훼의 약속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야훼와의 관계성을 회복하고 다시 예언자로서의 소명을 받게 되자 10절에서 불평한 '나'의 탄식은 곧이어 미완료형으로 나오는 야훼의 말씀에 의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여기에서도 첫 번째 조건절처럼 동사 '슈브'가 두 번 쓰였다. 특히 두 번째 동사(타슈브)는 부정사 '로'가 붙어서 첫 번째 조건절의 첫 번째 동사(타슈브)와 반의평행(反意 平行)을 이룬다. 다시 말하면 이 평행법으로 '너'는 그들에게 "돌아가지 말고" 나에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야훼의 마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네'가 그들에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고하게 믿고 계시는 야훼의 마음을 드러낸다. 여기에서 '나'를 향하신 야훼의 강한 신뢰를 엿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나'와 야훼와의 관계성의 모티브는 해결된다.
이제 20-21절에서는 '나'와의 관계성을 다시 회복시키신 야훼께서 구원의 약속을 하신다. 이 약속은 10절에서 말한 두 가지 탄식과 불평의 내용에 상응하여 나온다. 우선 20a절에서는 야훼께서 '너'를 튼튼한 청동성벽으로 삼으셔서 백성들이 '너'와 싸우지만 '너'를 이기지 못하리라는 약속을 하신다. 이 약속은 분명히 10a절에서 온 땅과 싸우고 있다는 '나'의 첫 번째 탄식에 대한 약속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근거는 1:18-19에서 찾을 수 있다. 10절에서 '내'가 싸우고 있는 "온 땅"(콜 하아레츠)이 1:18에서도 그대로 등장하며 오히려 싸움의 대상이 더 자세하게 나온다. 그리고 20a절에 나오는 "청동성벽"(호마트 느호셰트)도 1:18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이 너를 대항해서 싸우게 되지만 그들이 너를 이기지 못하리라"(워닐하무 엘레카 워로 유클루 라크)라는 구절은 1:19에서 그대로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앞에서 나온 구절을 여기에서 반복함으로써 10절과 20a절을 단단히 묶어주며, '나'에게 처음 주신 소명을 여기에서 다시 주신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리고 21절에서는 악한 자들과 잔인한 자들에게서 건지시겠다는 약속을 하신다. 이 약속은 10b절에서 모두가 자신을 저주하고 있다는 '나'의 두 번째 탄식에 대한 약속이다. "너를 건지리라"라고 번역한 동사 '히찰티카'는 '나찰'의 히필 와우연속완료인데, 이 단어의 뜻을 살려 번역하면 "낚아채듯 건지다"이다. 이는 마치 독수리가 먹이감을 찾아 헤매다가 목표를 발견하고는 급강하해서 먹이를 순식간에 낚아채어 올라가듯이 악한 자들의 손에 있는 '나'를 구한다는 야훼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렇게 야훼께서는 '나'의 두 가지 탄식에 상응하여 구원의 약속을 하시는데, 그것은 바로 야훼와 '나' 사이의 관계성이 정립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b절에서 야훼께서는 이렇게 '나'에게 응답하시고 구원을 약속하시는 이유를 "내가 너와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이 말씀 또한 첫 번째 소명을 주실 때 '나'에게 하신 말씀이다(1:19).
이처럼 20-21절에서는 앞에서 나온 '싸움', '원수', '야훼와의 관계성'의 세 가지 모티브들이 모두 해결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야훼와의 관계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싸움', '원수'에 대한 탄원은 야훼와의 관계성 회복을 매개로 해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6. 본문의 중심 내용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본문에서 흐르고 있는 두 가지 큰 물줄기는 온 땅과 '싸움'하는 예언자 자신의 모습에 대한 탄식과 예언자를 저주하고 쫓아오는 '원수'에 대한 탄원이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본문은 예레미야의 첫 번째 고백(11:18-2:6)처럼 예언자가 야훼의 말씀을 받은 야훼의 대변자로서 성실히 자신의 직책을 수행하다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음모를 깨닫고 탄식하며 원수를 고발하는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관찰하면 본문이 또 다른 독특한 내용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탄식과 탄원의 상황 속에서 '예언자와 야훼 사이의 관계성'을 다시 정립하는 부분이 그것이다. 곧, 예언자는 자신이 줄곧 야훼의 편에 서 있었음을 주장하고 오히려 야훼께서 자신을 속이셨다고 이야기하면서 불평하지만, 야훼는 반대로 예언자에게 "너는 지금 내 앞에 서 있지 않으니 돌아오라"고 이야기하시는 것이다. 그러면서 첫 번째 소명처럼 다시금 예언자에게 직책을 맡기시며, 싸움에서 승리하게 하고 원수로부터 건지시겠다고 약속하고 계시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본문은 예레미야의 두 번째 고백이라고 부름과 동시에 예레미야의 두 번째 소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
7. 설교를 위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점에서 설교자는 예언자와 같은 심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예언자가 예언의 말씀을 듣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죽이려 하는 원수 때문에 위협과 허탈감을 느끼듯이 설교자도 자신이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사람들과 설교자를 억울하게 위협하는 상황 때문에 때때로 그 환경 속에서 힘들어하고, 공중에 대고 설교하는 것 같은 허탈감에 빠질 때가 있다. 또한 이렇게 억울하게 곤경을 당할 때 설교자는 예언자처럼 하나님을 지극히 신뢰하면서도 자신은 하나님 앞에 결백한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하나님께 부르짖고 하나님께서 내 처지를 모르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배신감까지도 들 때가 있다. 그렇지만 명심할 점은 극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 예언자에게 그리 하셨듯이 설교자에게 찾아오셔서 처음 주셨던 사명을 깨닫게 하시고 회개케 하시며, 새롭게 사명을 주시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을 약속하신다는 점이다.
각주(Notes)
1) '라아 I'은 "나쁘다, 악하다"를 뜻하지만, '라아 II'는 "부러뜨리다"를 뜻한다. : 더 자세한 것은 F. Brown./ S. R. Driver./ C. A. Briggs, A Hebrew and English Lexicon of the Old Testament (Oxford: Clarendon, 1907), p. 949.를 보라.
2) 출 34:6, 민 14:18, 욜 2:13, 욘 4:2, 나 1:3, 시 86:15, 103:8, 145:8, 잠 14:29, 느 9:17 등.
3) '르오레크 얌밈'(영원히) : 시 23:6, 93:5, 애 5:20. '르에레크'는 이 본문에서만 단 한 번 쓰였다.
4) 신 8:3, 렘 17:16.
5) 자세한 것은 '본문 풀이'의 19-21절 부분을 보라.
6) BHS 마소라와 HUB의 그것에서 모두 나온다.
7) '싸움'의 모티브와 '원수'의 모티브는 성격상 서로 섞이기도 하지만(overlap), '싸움'의 모티브가 투쟁하고 있는 '나', 혹은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티브라면 '원수'의 모티브는 '나'의 내면 바깥에서 일어나는 모티브로 구분해 볼 수 있다.
8) 이 부분에 대해서는 C. Westermann, Praise and Lament in the Psalms (Atlanta : John Knox Press, 1981), pp. 188-94.와 S. Mowinckel, The Psalms in Israel's Worship, Vol I (Oxford : Basil Blackwell, 1967), pp. 201-2.를 보라.
9) 겔 16:23, 24:6, 9, 사 3:9, 11, 6:5, 24:16, 렘 4:13, 6:4, 10:19, 13:27, 15:10, 48:46, 호 7:13, 9:12 등.
10) W. L. Holladay, Jeremiah 1 : A Commentary on the Book of the Prophet Jeremiah, Chapter 1-25 (Philadelphia : Fortress Press, 1986), p. 452.
11) J. Bright, Jeremiah : The Anchor Bible (New York : Doubleday & Company, 1965), pp. 109-10.
12) W. McKane, A Critical and Exetical Commentary of Jeremiah, Vol 1: ICC (Edinburgh : T.&.T. Clark, 1986), p. 343.
13) W. L. Holladay, op.cit., p. 454.
14) 이 외에도 42:18, 49:37, 33:5에서도 야훼의 분노를 발견할 수 있지만, 이때는 이방 백성에 대한 분노이거나 원인을 알수 없는 분노일 뿐이다.
15) 출 34:6, 민 14:18, 욜 2:13, 욘 4:2, 나 1:3, 시 86:15, 103:8, 145:8, 느 9:17 등.
16) J. M. Berridge, Prophet, People, and the Word of Yahweh, An Examination of Form and Content in the Proclamation of the Prophet Jeremiah (Zurich: EVZ, 1970), p. 119.를 W. L. Holladay, op. cit., p. 458.에서 재인용.
17) 할러데이(Holladay)도 이 구절을 2:13과 연관시켜 본다. : Ibid., p. 461.
※ 참고 문헌
Bright, J. Jeremiah : The Anchor Bible. New York : Doubleday & Company, 1965.
Holladay, W. L. Jeremiah 1 : A Commentary on the Book of the Prophet Jeremiah, Chapter 1-25. Philadelphia : Fortress Press, 1986.
McKane, W. A Critical and Exetical Commentary of Jeremiah, Vol 1: ICC. Edinburgh : T.&.T. Clark, 1986.
Mowinckel, S. The Psalms in Israel's Worship, Vol I. Oxford : Basil Blackwell, 1967.
Westermann, Claus. Praise and Lament in the Psalms. Trans. Crim, Keith R. / Soulen, Richard N. Atlanta : John Knox Press, 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