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ML로 변환할 때 히브리어를 읽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히브리어는 한글로 고쳤습니다.
그리고 원래는 각주도 있었지만, 이 본문에서는 주를 모두 삭제시켰습니다.
1. 사역
1 복있도다 이사람, 곧 악인들의 계획a 중에 가지 않고
죄인들의 길b에 서지 않고 조롱하는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않고
2 오히려 야웨의 율법에 그의 기쁨이 (있고) 그의 율법을 밤낮 중얼거리는 사람
3 그는 운하의 물 위에 심기워진 나무와 같다
곧 그 열매를 제 때에 내고 그 잎사귀가 (시들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가 하는 모든 것이 풍성해지리라]a
4 악인들은 그렇지 않다. 절대로!a
오히려 바람이 (그를) 날려버리는 겨와 같다b
5 그러므로 악인들이 심판 중에 서지 못하고 죄인들이 의인들의 모임a에 (서지 못하리라)
실로, 의인들의 길은 야웨께서 아시지만 악인들의 길은 망하리라
2. 본문비평
1a. 시리아역에서는 '에차'(계획,counsel)가 1c의 '데레크'(길,way)와 위치가 바뀌어 있다. 이렇게 바꾸어 읽으면 뜻은 더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히브리어의 용례에 있어서 '할라크 브아차트'(길을 가다)라는 표현이 '할라크 브데레크'(계획중에 가다, 계획에 따르다)보다 더 보편적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리아역 외에 다른 증거 본문들이 없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그냥 두기로 한다. 한편, '에차'는 "계획"(counsel)이란 의미 외에 "회의"(council)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다후드는 후자의 의미로 번역을 하였다.
1b. 다후드는 '데레크'를 "길"로 번역하지 않고 "모임"(assembly)으로 번역했다. 이는 이 단어를 우가릿어와 같은 어근의 용례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후드에 따르면 '주권, 권력, 왕권'(dominion, power, throne)의 뜻을 담고 있는 우가릿어 'drkt'가 있는데 본문의 '데레크'도 그 뜻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데레크'를 '왕권'이 행사되는 곳, 즉 '법정'이나 '공회의'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바꾸면 5절의 "의인들의 모임"과 대구가 되어 뜻은 더 명확해 지지만 증거자료가 없고 그대로 두어도 그 의미가 통하므로 여기에서는 고치지 않기로 한다.
3a. 이 행은 여호수아 1:8에서부터 첨가되어서 앞에서 표현된 은유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이 문단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운율에 있어서도 파격을 피하므로 더 자연스러워진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맛소라의 제안대로 '설명'으로 취급하였다.
4a. 70인역에서는 '로 켄'을 삽입해서 뜻을 강조하고 있다. 운율상(3+4) 첨가할 때 더 자연스럽게 연결되므로 여기에서는 임의로 삽입하였다.
4b. 70인역에서는 '아포 프로소포우 테스 게스'(땅의 얼굴로부터, 지면으로부터)를 첨가한다. 이 구절은 아마도 단순히 맛소라 본문의 급전하는 어체를 피하기 위한 문체상의 이유로 첨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삽입할 경우 운율상으로 3+5의 파격이 되므로 여기에서는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
5a. 70인역에서는 1절을 참조하여 '브아다트'(gathering, 모임) 대신에 '브아차트'(plan, 계획)으로 읽었다. 그러나 그냥 두어도 뜻이 잘 통하기 때문에 그대로 두기로 한다.
3. 내용적 짜임새 및 문학형식
1) 내용적 짜임새
이 시의 짜임새에 대한 분석은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시도되어 왔으나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이다. 주석가들마다 독특한 내용 구분의 선택 기준의 차이에 따라서 다양한 시각과 분석들이 유출되었다. 우선 앤더슨, 궁켈, 랑게, 우찌무라 간조(內村鑑三), 박윤선은 2부 구조로 나눈다. 한편 크레이기, 크라우스, 밀러, 호스펠트와 젱어는 3부 구조로 나누고 있고, 브릭스와 바이저도 3부 구조로 나누고 있지만 이들과는 다른 구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위의 학자들의 분석과는 달리 4부 구조로 분석할 수 있다.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처음 두 연은 3행씩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머지 두 연은 2행씩으로 이루어져 있는 짜임새를 이룬다. 이런 짜임새를 통해 우리는 시인이 복있는 사람과 악인의 대조 속에서 그 중시점을 악인에게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복 있는 사람에게 두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1. 도입 : 의인과 악인의 비교(의인의 관점에서) (1-2절)
2. 비유1 : 의인과 나무의 비유 (3절)
3. 비유2 : 악인과 겨의 비유 (4절)
4. 결론 : 의인과 악인의 비교(악인의 관점에서) (5-6절)
이렇게 4부 구조로 나누어 보면 구조상 1연이 4연과 2연이 3연과 각각 교차대구가 됨은 물론이고, 내용상으로도 각 1,2연에 설명처럼 붙어 있는 3행과 6행을 제외한 1, 2, 4, 5행은 후반 7, 8, 9, 10행과 각각 반의적(反意的)으로 교차(Chiasm)되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1행. 악인의 계획에 가지 않는 자(의인)는 복있다.(A)
2행. 의인은 죄인의 길에 서지 않는다.(B)
3행. 의인은 야웨의 율법을 묵상한다.(B+)
4행. 의인은 나무와 같다.(C)
5행. 열매가 나고, 시들지 않는다.(D)
6행. 하는 일이 풍성해진다.(D+)
7행. 악인은 그렇지 않다.(D')
8행. 악인은 왕겨와 같다.(C')
9행. 악인은 의인들의 모임에 서지 못한다.(B')
10행. 악인의 길은 망한다.(A')
한편, 이 시에서 나타난 운율상의 특징은 없다. 다른 시편의 시들에 비해서 그리 뛰어나지 못한 불규칙적인 운율(1: 2+2+2, 3+3, 2: 4+4, 3: 4+4, 4: 3+4, 5: 4+3, 6: 4+3)을 구사하고 있다.
2) 2편과의 관계에서 본 1편의 문학형식
대부분의 주석가들은 시편 1편이 비록 후대에 저작되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의도적으로 시편의 서두에 자리잡게 되었다는데 동의한다. 심지어 다후드는 본문을 "시편책의 요약"(p précis of the Book of Psalms)이라고 정의내리면서 시편의 서론 이상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시편 1편을 서론으로 볼 때 본문과 2편과의 관계에 있어서 많은 학자들 간에 논란이 일어났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초기 전승에 의하면 본문이 시편 2편과 원래는 하나였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것이다. 최근에는 리핀스키나 브라운리, 바트케 등의 학자들이 논쟁을 해왔다. 이제 아래에서 윌리스가 분석한대로 1편과 2편이 하나임을 주장하는 측면을 소개하면서 과연 시편 1편이 2편과 하나의 시인지 아니면 독립적인 시인지 평가해 보고자 한다.
첫째, 많은 히브리 사본들이 시편 1편과 2편을 단일 시로 합쳤다는 주장이다. 케니코트 사본(the Kennicott mss)이나 로시 사본(the Rossi mss)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윌리스는 코덱스 레닌그라드(Codex Leningradensis)를 포함해서 이들을 두 개의 시들로 여기는 히브리 사본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둘째, 쿰란 문서에서 시편 1편, 2편 본문이나 주해등 어떤 문서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4Q Flor I14-II3에서는 시편 1:1과 2:1-2을 인용하고 간단하게 주석해 놓았다는 점을 근거로 브라운리와 바트케가 일치성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런 결론은 쿰란 텍스트(4Q Flor) 전체 본문에서가 아니라 아주 작은 한 조각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희박하다. 셋째, 많은 사본들이 행 13:33에서 시 2:7을 인용하면서 "첫번째 시편에서"(엔 토 프로토)라고 읽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더 많은 고대 사본들에서는 "두번째 시편에서"(엔토 프살모... 소 듀테로)라고 읽고 있기 때문에 이 주장 또한 절대적이지 못하다. 넷째, 2-5세기 사이의 몇몇 교회 교부들이 시편 1, 2편을 하나로 여겼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바트케(H. Bardtke)는 이 두 시편이 상대적으로 후대에 나뉘어졌다고 결론을 짓는다. 반면에 오리겐(Origen), 유세비우스(Eusebius), 제롬(Jerome), 아타나시우스(Athanasius) 등 더많은 교부들은 시편 1, 2편을 두 개의 개별적인 시로 보았다. 다섯째, 리핀스키(E. Lipinski), 브라운리(W. H. Brownlee), 바트케(H. Bardtke) 등의 주석가들은 시편 1편과 2편 사이의 연결점에 주의를 기울인다. 만약에 2:6-9절이 나중에 편집되어 삽입된 초대 종말론적인 시문장이라면 시편 1편과 2편이 함께 "지혜 시편"의 장르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편 1편이 하나님을 따르는 '개인'의 흥왕이 주제라면, 2편은 하나님에게 순종하는 왕을 따르는 '국가'의 흥왕이 주제라는 점에서 일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쉬레'(the Beatituded)나 '야샤브'(sit), '하가'(meditate) 등의 용어도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편 1편은 분명히 "지혜 시편"이지만, 주석가들은 일반적으로 시편 2편이 "군왕시"라는데 동의한다. 뿐만 아니라 시편 1편의 주제(의인과 악인의 대조)도 2편의 그것(야웨께서 시온에 왕을 세우신다)과 전혀 다르다. 또 단어의 유사성이 증거라고 한다면 시편 2편과 3편도 '아핌'(peoples), '임'(people), '람마'(why) 등 비교할 수 있는 단어들이 많기 때문에 유사성의 증거로는 불충분하다.
이와같이 시편 1편과 2편이 하나의 시라고 하는 주장은 아직 결론지어지지 않았으며 위에서 살펴본 시편 1편의 거의 완전히 짜여 맞춰진 내적 짜임새를 고려해 보더라도 시편 1편과 2편은 따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문학형태를 살펴볼 때 더욱 단절성이 드러난다. 흔히 시편 1편은 그 언어 구사와 내용 때문에 지혜 시편(wisdom psalms)구분된다. 그 근거로 머피(R. E. Murphy)가 분석한 지혜 시편의 특징 중에서 서론적인 형식인 'ašrē 형식을 띄고 있다는 점, 교훈적인 훈계를 한다는 점, 반어적 평행법(Antithetic Parallelism)을 사용해서 악인과 의인을 동시에 언급하면서 '의인의 길은 야훼께서 아시지만 악인의 길은 망한다', '의인은 물가에 심은 나무와 같으나 악인은 겨와 같다'라고 하면서 대조하고 있는 점, '의인의 길'과 '악인의 길'과 같은 두 길(two ways)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점, 하나님이 아시는 자로서 살도록 행실에 대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실천적인 충고를 하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크렌쇼는 시편 1편을 지혜문학 가운데서 '토라 묵상시'로 분류하기도 한다. 한편 주제(토라)에 있어서는 교훈시(didactic poetry)의 그룹에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시편 2편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군왕시"(royal paslms)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편 1편이 2편 앞에 위치하고 있는 점이 아무런 개연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시편 2편은 1편의 악인과 의인의 대결구도가 세상의 임금과 하나님이 세운 임금의 대결구도로 나타나는 유사성이 발견되고 아울러 두 시편 모두 야웨의 율법을 지키고 야웨께로 피하는 것이 복이 있다고 하는 토라전승 위에 놓여진 사상적 통일성이 다소 엿보이기 있기 때문이다. 토라전승과 "야웨께로 의지하는 자" 사상(렘 17:5-8, 시 1:1-3, 2:10-12)이 탄원시, 찬양시, 감사시, 대관시, 순례시 등 시편의 전 구절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1편과 2편이 개별적 시임에도 불구하고 최종 편집자가 의도적으로 시편 2편을 1편과 더불어 전 시편을 이끌고 가는 쌍두마차로 서두에 두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4. 'ashre 단어 분석
1) 사전적 의미 : 'ashre는 남성 복수 연계형이며, 고대에는 감탄형으로 해석되었다. 어떤 학자들은 어근 히브리어, 우가릿어, 아랍어에서 잘 알려진 'šr(to go)에서 파생된 명사로도 보았다. 동사로서는 잠 9:6에서 칼형테로 나오지만 이사야서에서는 "to lead"(인도하다)를 뜻하는 피엘 형태로 자주 나타나는데 피엘은 "to make (someone) happy"(누구를 즐겁게 하다)로도 쓰인다. 이 단어는 주로 시편(26번)에서 많이 쓰이고 지혜서(12번)에서도 쓰인다. 욥기와 전도서에서는 각각 한번씩만 사용되었지만, 잠언에서는 반어적 평행법(antithetical parallelism)으로 많이 쓰였다.
2) 용례 : 'ashre는 시편에서 가장 자주 나온다. 시편 1:1, 시편 2편의 끝절에서 발견되는 이 단어는 첫 2권부터는 각 그룹의 마지막 시편(32-41, 65)을 제외하고는 나오지 않다가 1권(41:2[1]), 3권(89:16[15]), 그리고 4권(106:3)의 결론 부분에서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뒷부분(8번, 특히 11에서 매우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런 증거는 'ashre와 제 2성전의 예식과의 연관성을 부인하지는 못하게 한다. 'ashre는 전례용어이며, 이 용어가 후대에 동사 'šr와 관련되었다는 것은 신자들이 복을 구하는 행동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행동은 십중팔구는 신명기운동과 포로 귀환의 의미에서 성전을 향한 순례였다.
3) 시편의 축복 신학 : 행복(cry of happiness, 행복의 감탄)와 축복(the blessing)의 연관성은 무엇일까? 모빙켈에 따르면, 'ashre와 barukh이라는 단어 사이의 차이점은 없다고 하지만, 크라우스에 따르면 'ashre는 보다 '세속적'인 용어이며 성스러운 의미를 가진 barukh와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크라우스의 말이 옳은데, 왜냐하면 이 행복은 하나님에게 있어서는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을 갈망하는 것은 신자(信者)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차원에서 축복과 구별된다. 그는 피난처가 있고(시 2:12, 34:9[8]), 죄가 용서받는(32:1,2) 시온(65:5[4],84:5[4], 사 30:18)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신명기적 사관과 융합되면서 복은 선택(시 33:12)이나 하나님의 가르침(94:12)이 요구된다. 신자는 하나님을 두려워 해야 하고(112:1, 128:1) 그의 행동은 깨끗해야 하고(119:1f.), 토라에 반드시 순종해야 하고 악한 자들의 모임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1:1). 복 있는 사람은 가난한 자를 돌보고(41:2[1]), 정의를 지키고 체다카(tsedhaqah)를 따라 살고, 의인이며(106:3), 아들을 그의 청년때에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선물로 여기고(127:5), 선택된 백성의 적들에 대항하여 하나님의 심판을 행사하는 사람이다(137:8).
6. 본문해설
1) 1연(도입) : 의인과 악인의 비교(의인의 관점에서) (1-2절)
"복있도다 이사람, 곧 악인들의 계획 중에 가지 않고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않고 조롱하는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않고" : 시인은 시편 첫 편의 첫 구절을 시작하면서 "복 있다"라고 외친다. 이때의 '복'(아쉬레)은 위의 단어 분석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복수 연계형으로 하나님에게 받는 은혜의 성격이 아니라, 행함의 결과로 받는 것이다. 이런 어휘 사용은 마태복음 5장의 축복장에서도 발견되는 형식이다. 그러면 복 있는 자의 행함은 어떠해야 하는가? 시인은 먼저 1절에서 부정형으로, 2절에서는 긍정형으로 각각 나타낸다. 이 구절에서 시인은 그 행함의 동사를 세 번 사용했는데, '가지 않고(로 할라크) - 서지 않고(로 아마드) - 앉지 않고(로 야샤브)'와 같이 점차로 의미가 발전되는 점진적 확장법을 사용하였다. 한편 복 있는 사람과 대조되는 인물들 또한 세 번 언급된다. 먼저 악인들(르샤임)이 언급되는데 이 단어는 흔히 시편에서 하나님의 대적들, 또한 하나님의 백성들을 방해하는 자들을 일쓻는 용어로 사용된다. 모빙켈은 '악인들'이 이방의 적들과 이스라엘을 압제하는 자들을 가리킨다고 본다. 두 번째로 죄인들(하타임)이 언급되는데 과녁, 또는 길에서 벗어난 자들을 가리킨다. 마지막으로 '조롱하는 자들(라침)'은 '비웃는 자들'으로도 번역이 가능한데, 2절에 나오는 야웨의 율법과 그 율법을 따르는 자들의 행위를 비웃는 자들이다.
"오히려 야웨의 율법에 그의 기쁨이 (있고) 그의 율법을 밤낮 중얼거리는 사람" 시인은 복 있는 자들의 자격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긍정문으로 어형을 변환시킨다. 아울러 1절에서는 '악인', '죄인', '조롱하는 자'를 언급했지만 여기에서는 "야웨의 율법을 기쁨으로 삼는 자"를 언급하면서 극적인 대조를 이루는 정반대조법(Antithesis, 혹은 반의적 평행법)을 구사하고 있다. '키 임'은 부정어로 구성된 앞문장을 역접으로 이어주는 접속사로 개역에서는 "오직"으로 번역했지만 "오히려"로 번역하면 더욱 자연스럽다. 여기에서 '율법'이라고 번역이 되는 '토라'(torah)는 이 본문에서는 단순히 법적 의미로의 계명, 혹은 법령이 아니라 "교훈"(instuction)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로 시편 1편을 볼 때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왜 "가르침"을 의미하는 "율법"이 시편의 가장 첫머리에 놓이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맥켄은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 5권으로 이루어진 모세의 책들처럼 시편 또한 5권으로 묶여진 현상을 아주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다. 시편의 편집자들은 독자들이 토라, 하나님의 "교훈", 그리고 시편 사이의 유사점들을 파악하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시편은 신자들을 위한 하나님의 교훈으로 읽어야 하고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호스펠트와 젱어는 토라를 이렇게 눈에 띄게 반복하고 있는 것은 토라가 이 시편의 주요 주제라는 것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시편 1편의 서두에 등장하는 "율법"(토라)은 시편 전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편 '중얼거리는 사람'에서 '중얼거리다'는 '하가'(hgh)라는 동사로 "생각(Nachsinnen)하거나 명상(Reflektieren)한다"라는 의미 보다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다"라는 의미로 번역하는 것이 더 낫다. 또한 "율법을 밤낮 중얼거린다"라는 표현은 여호수아 1:9에서도 똑같이 사용되고 있다. 이로 보더라도 시편 1편에서 율법을 묵상하라는 가르침, 또 그 결과로 주어지는 복의 약속은 모세 5경의 율법 사상과 서로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 2연 (비유 1) : 의인과 나무의 비유 (3절)
"그는 운하의 물 위에 심기워진 나무와 같다 곧 그 열매를 제 때에 내고 그 잎사귀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가 하는 모든 것이 풍성해지리라]" 이제 시인은 비유법을 사용해서 하나님의 율법을 즐거워하고 밤낮 생각하는 사람과 나무를 동일시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을 나무에 비유한 예는 구약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시 92:.12ff(M.T. 13ff), 렘 11:19, 17:8, 겔 17:5-10:22ff, 19:10). 특히 렘 17:5-8은 본문(시편 1편 전체)과 어투나 사상에서 너무나 흡사하다. 그리고 창 2:9-14과 계 22:1-2에 나오는 생명수 흐르는 에덴동산에도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에덴 동산에서도 물이 흐르고 열매가 맺힌다. 무엇보다도 에덴동산은 하나님이 직접 지으시고 다스리시는 곳이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율법을 밤낮 묵상하는 사람도 하나님께서 물가에 직접 심으시고 기르시는 나무이다. 한편 '팔게 마임'(운하의 물)은 개역에서는 "시냇가"로 번역하고 있는데, 히브리어의 원뜻은 자연적인 냇물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수로(chanal)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조금은 딱딱하지만 직역을 했다. "그가 하는 모든 것이 풍성해지리라"는 말은 위의 구절에서 노래한 복 있는 자의 상태를 함축하여 표현한 것으로 여기에서는 운율 계산에서 제외시키고 설명구로 여긴다.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율법을 즐거워하고 매일 입에 달고 살면 복을 받아서 형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3) 3연 (비유2) : 악인과 겨의 비유 (4절)
"악인들은 그렇지 않다. 절대로! 오히려 바람이 (그를) 날려버리는 겨와 같다" 2연과 3연은 극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시적 기교에 있어서도 3+4운율에 '물'과 '바람', '나무'와 '겨', '심기워지다'와 '날려버리다'로 내용상 정반대조법(Antithesis)을 사용하고 있다. 문장의 시작을 명사가 아니라 동사 '로-켄'(not so)으로 시작함으로써 논리적으로 이중 부정이 되지만, 여기에서는 70인역의 제안대로 '로-켄'을 삽입해서 반복시킴으로써 대칭법(Symmetry)도 살리고 강조를 더욱 확대시켰다. 악인의 삶은 단 한 단어로 표현되는데 바로 '모츠'(chaff, 겨)라는 것이다. 구약의 다른 본문에서도 악인을 겨나 쭉정이에 비유한 예가 있다(시 35:5, 욥 21:18, 사 17:13, 호 13:3). 하나님의 율법을 생활화하는 자는 마치 뿌리가 있는 나무와 같아서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고 제 때에 열매를 맺지만 악인은 뿌리가 없어서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삶이 산산조각이 난다는 뜻이다. 호스펠트/젱어(Hossfeld/Zenger)는 이 구절을 악인이 타인과 자신에 대해서 인생의 수확과 관련하여 아무것도 거두지 못하며, 이것은 시편집에서 거듭 한탄하고 있는 악인의 겉보기의 성공에 대해서 대조를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종말의 하나님의 심판과 대비시키고 있다. 한편 이러한 구약에서의 나무(의인)와 겨(악인)의 대조는 신약에 이르러는 곡식과 가라지(마 13:24-30), 양과 염소(마 25:31-46), 반석위의 집과 모래 위의 집(마 7:24-27)의 대조로 다양화된다.
4) 4연 (결론) : 의인과 악인의 비교(악인의 관점에서) (5-6절)
"그러므로 악인들이 심판 중에 서지 못하고 죄인들이 의인들의 모임에 (서지 못하리라)" 이제 이 시는 전체적인 댓구를 이루면서 결론으로 치닫는데, 시적 기교를 최대한 살린 시인의 의도가 엿보인다. 이 행만 분석해본다면 보충불요 불완전 평행법(補充不要 不完全 平行法)을 이루고 있고, 앞 1연의 두 번째 행과 연결시켜 보면, 앞 행(1절의 2행)에서는 복 있는 자(의인)가 죄인의 길에 서지 않았는데, 이 행에서는 반대로 악인들과 죄인들이 의인들의 모임에 서지 못한다는 점에서 내용상으로 정반대조법(Antithesis)을 이루고 있으며, 낱말의 순서에 있어서 앞 행에서는 부사(a)+명사(b)+동사(c)의 순서인데, 이 행에서는 반대로 동사(c')+명사(b')+부사(a')의 순서로 교차적으로 배열하는 평행법(Chiasmus)을 구사하고 있다. 시인은 이런 시적 기교를 통해서 의인과 악인의 대조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편 "서지 못한다"에서 "서다"는 히브리어로 '쿰'(서다, 일어나다)인데, 쾰러(L. Köhler)는 이 상황을 악인이 법정에 서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크라우스는 다른 해석을 소개한다. 1절에서 이미 나온 '랴샤'의 의미(정치적인 의미가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로 보았을 때 법정에 서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하나님의 심판(미쉬파트)에 서지 못하고, 새로운 시대의 메시야적 공동체(아다)에 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왜 서지 못하느냐 하면 이미 바람에 날아간 겨처럼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구절은 김정준의 해석에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크라우스는 두 구절을 모두 종교적인 의미로 '동의 평행법'(Synonymous Parallelism)으로 보았으나, 그렇게 한정지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나는 종말론적(세상 끝의 심판)이고, 하나는 역사적(의인들이 모이는 거룩한 집회)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토라를 즐거워하는 자들을 조롱하던 악인들이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의 대열에 끼지도 못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실로, 의인들의 길은 야웨께서 아시지만 악인들의 길은 망하리라" 시인은 마지막 결론을 확신에 찬 어조로 끝맺고 있다. "토베드"(망하리라)와 같은 행의 "요데아"(아신다)와 대칭을 이루고, "르샤임"(악인들)과 "차디킴"(의인들)이 대칭을 이루면서 교차대구법(Chiasm)의 시적기교를 이루고 있고, 특히 "토베드"(망하리라)가 이 시의 가장 끝 낱말을 이루면서 1절에서 첫 번째로 사용된 "아쉬레"(복 있다)와 의미적 대칭을 이루면서 이 시가 전체적으로 교차대구를 이루는 완전한 1편의 시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한편 여기에서 "아신다"(야다)라는 낱말은 단순히 이성적인 지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야웨 하나님과 의인들과의 관계성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끌어 안으시는 행위를 포함한 의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악인들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인정하시지 않으시기 때문에 망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망하는지는 우리가 이미 앞에서 보았다. 야웨의 바람이 불기만 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마지막 말은 시편의 전체 본문 속에서 볼 때 예언자들의 심판 설교처럼 하나님의 백성들을 의의 길로 인도하는 '길잡이'가 된다.
7. 선포를 위한 제안
1) "우리는 다시 하나님의 율법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종교개혁 이후 '오직 은혜로만!'이라는 구호 아래 율법을 죄악시하는 전통 속에서 또 하나의 율법 속에 얽매여 왔다. 율법에 얽매인 바리새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신 주님도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마 5:17)고 하시면서 "누구든지 이 계명 가운데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리고 또 그같이 사람을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지극히 작다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 누구든지 이를 행하며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크다 일컬음을 받으리라"(마 5:19)고 하셨다. 우리는 이 시편을 통해서 하나님의 율법을 비웃고 조롱하는 자들의 최후를 이미 알고 있다(6절). 이렇게 다시 율법으로 돌아가자고 해서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어떤 율법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르침인지 제대로 알고 행하자는 것이다. 악인들은 스스로 계획과 율법을 세우고 그 잣대로 남을 비웃으며 평가하는 사람들(1절)이지만 복 있는 사람들은 악인들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의 계획과 율법을 즐기면서 지키는 사람들(2절)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다시 하나님의 율법로 돌아가야 한다.
2) "새 하늘과 새 땅은 하나님의 율법(가르침)을 지키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창세기 2장의 에덴 동산의 생명나무가 시편 1편에 등장했다. 또 시편 1편의 열매맺는 나무는 계시록 22장에서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철따라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 생명나무의 정체는 바로 하나님의 가르침을 기쁨으로 삼고 살아가는 자들인 것이다. 주님도 말씀하셨다. "너희의 의로운 행실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의 의로운 행실보다 낫지 않으면, 너희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 5: 20) 그러면 의로운 행실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이미 하나님이 미가를 통해 하신 말씀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이 오직 공의(公義)를 행하며 인자(仁慈)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 6:8) 새로 오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가 결단할 때 비로소 우리는 복 있는 사람이 되고(시 1:1), 우리의 생활 속에서 달마다 생명의 열매가 맺히며 이방 백성들을 치료하는 생명 나무가 되며(계 22:2), 그 속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뵙게 되고(계 22:4), 바로 거기에서 영원토록 다스리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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