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정'의 어휘 연구
바울은 동사 '프로오리조'를 "미리 운명을 정하다"(to foreordain), "예정하다"(to predestinate)라는 기본적인 의미로 3번 언급하고 있다(롬 8:29, 30; 고전 2:7). 이 단어는 70인역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며, 비종교적인 용례를 찾아보면 비록 나타난다 하더라도 기원전에는 드물게 나타난다. '프로기노스코' 또한 예정의 의미를 강하게 띄고 있으며 바울은 이 용어를 롬 8:29과 11:2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프로오리조'와 '프로기노스코'는 사실상 같은 뜻을 나타내는 용어라고 주장한다.
한편 '프로오리조'는 신약 전체에서 살펴보면 전부 여섯 번 나타나는데, 여섯 번 모두 모든 시간 이전에, 혹은 구체적인 역사의 시간 이전에 하나님에 의해 사건들과 사람들을 예정함을 가리키고 있다. 예수의 대적자들이 함께 모인 것은 모두 하나님의 계획(고전 2:7)에 따라 일어난 일이다(행 4:28). 신적인 예정은 이전에는 숨기워져 있다가 구원에 대한 진술, 곧 찬미가적인 진술(하나님의 아들의 형상을 따르게 될, 다시 말하면 고난과 영화의 종말론적인 운명에 대해 선택받은 자들의 예정을 언급하는)속에서 바울에 의해 언급된 구체적인 역사의 계시에 그 목표점이 있다(롬 8:29).
2. 예정과 선택
1) 사람들의 예정과 선택 : 롬 8:28-30
나이그렌(nygren)은 이전까지는 바울이 예정 교리를 설파한 것으로 보여지는 예정의 고전적인 자리(locus classicus de praedestinatione)를 롬 9-11장으로 보았음을 전제하고, 그것이 잘못된 답변임을 지적하면서 예정의 고전적인 자리는 롬 8:28-30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하나님의 영원한 선택, 때에 맞추어 이루어지는 선택, 그리고 영화로운 선택의 성취에 대한 바울의 관점이라는 것이다. 만약 바울의 예정에 대한 관점을 연구하면서 그 출발점을 롬 9-11장으로 잡는다면 결국에는 예정에 대한 잘못된 그림으로 끝맺게 된다고 했다. 따라서 그의 제안대로 바울에게 있어서 예정의 고전적인 자리인 롬 8:28-30을 우선 살펴보려 한다.
바울은, 교회와 동의어임에 틀림없는 개인들의 모임(롬 8:33, 살전 1:4)이든지 아니면 개별적인 개인(롬 16:13)이든지간에, 사람들의 선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바울은 롬 8:28-39절의 문맥 속에서 하나님의 신실성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그는 17개의 적대적이고도 파괴적인 것들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그들 중 아무것도 선택된 자(롬 8:33, 28)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근거는 그들을 의롭게 하신 자도 하나님(8:34)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하나님이 선택하신 자를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만약 하나님이 그들을 의롭게 하셨다고 하면 누가 그들을 거스릴수 있겠는가? 이렇게 배후에 깔려 있는 복잡한 신학적 근거들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순서로 롬 8:29-30에 나타난다. 미리 아신 자들이 그리스도처럼 되기로 예정되었다는 것이다. 이 일이 현실화됨을 확증하기 위해서 그들은 부름 받았고(called) 의롭다 칭함 받았으며(justified) 영화롭게 되었다(glorified). 그들의 영화가 비록 미래적이지만, 그것이 '그리스도 안'에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이미 영화롭게 되셨기 때문에 바울은 그들이 이미 영화롭게 되었다고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그 누구도 범죄함으로 하나님의 선택을 방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역사적으로 고려해서 영화로움이 구원에 대한 소망으로 미래적인 의미를 가진다 할지라도, 그들은 이미 그리스도 안에서 영화롭게 된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들에게 영화로움은 성취된 사실이다. 이로 보아서 본문은 바울이 단지 사변적인 관심에서 신의 선택과 예정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부르심을 받은 자들을 확실한 구원으로 인도하실 것이라는 즐거운 믿음의 확신을 이러한 방법으로 표현한다고 하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롬 8:28-29에서 '선택'의 술어는 아들과 형제의 신화적 개념과 섞여 있다. 이것은 바울이 하나님의 의도를 논할 때 처음부터 그것을 이중 관계에 놓았다는 것, 즉 (衁)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 사건과의 관계, (遁) 이 구원 사건을 직면하는 그 인간과의 관계에다 놓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말하는 것은 인간 일반에게 적용되지 아니하고 오직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들에게만 적용된다. 30절에서 그 연속이 위의 것과 상응하여 계속되어 나온다. 거기에 있는 각 개념들을, 어떤 상이한 형이상학적 행동들의 군(群) 혹은 내적 경험의 상이한 단계들의 군으로서 체계화한다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그 연속은, 단순히 구원의 전역(全域)이 모두 하나님의 행동이라는 것을 지적하려는 데 그 의도가 있다.
2) 이스라엘의 예정과 선택 : 롬 9-11장
바울은 롬 9:11, 11:5, 7, 28에서 이스라엘의 선택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롬 9-11장에서 바울은 하나님의 계획 속의 이스라엘의 자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선택하셨다는 구약의 가르침과 그 가르침이 그들의 전 실존을 감싸고 있다는 점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그의 보배로운 소유로 삼으시기 위해 그들을 선택하셨다(신 7:6, 14:2). 하나님은 그들 가운데 제사장이 되어야 할 자들과(신 18:5, 21:5) 왕이 되어야 할 자들(삼상 17:7-13, 삼하 21:6, 왕상 8:16)과 그들이 거주해야 할 도성(왕상 14:21, 대하 6:6)을 선택하셨다. 사실상 그들은 하나님의 선택받은 자들(시 105:6, 43)이었다. 그래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셨다는 바울의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없다. 새로운 것은 바울이 이스라엘의 선택 속에서 하나님의 의도를 알아낸 것이며, 하나님의 의도의 본질을 그의 자비(롬 9:11)에서 발견한 것이며, 이스라엘의 행위와는 상관 없음을 알아낸 것이다. 이러한 발견으로부터, 바울은 이방인들도 처음부터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과,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궁극적인 의도(계획)를 성취할 때만 이스라엘이라고 하는 더 폭넓은 사상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이 사상은 이미 사 56:1-8에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은 이스라엘로 간주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약속인데, 여기에는 이방인도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의 시대에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이스라엘(은혜로 선택된 남은자, 롬 11:5)이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전 역사(whole complex history)는 "모든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을"(롬 11:26) 미래에 해명될 수밖에 없는 하나의 미스테리이다. 하나님의 선물과 부르심은 취소할 수 없고, 이스라엘은 "조상"(족장, 롬 11:28-29) 덕분에 하나님에게 사랑을 받는다. 바울이 가장 어려워한 점은 이스라엘의 선택이 영원하다고 보증되어 있지만 그것이 지금은 파기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하려한 점이다. 그는 이것을 선택이 하나님의 의도 속에 있다는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함에서, 이스라엘 속의 이스라엘을 발견함에서, 자신을 구원받은 이스라엘인으로 지칭함에서, 그리고 이스라엘의 미래적인 구원을 가정함에서 풀어나간다.
큄멜(Kümmel)은 롬 9-11장의 이스라엘의 궁극적인 운명에 관한 바울의 논술로부터 이전까지는 하나님은 그의 진노 안에 결정된 인간은 멸망으로 그리고 그의 자비 안에 결정된 인간은 영원한 구원으로 예정하셨다는 사상을 읽어내었지만, 문맥에 주의하여 읽으면 이 전체적인 상론(詳論)은 신의 예정에 관한 문제, 즉 인간의 선택과 멸망에 관해서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매우 제한된 물음에 답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물음은 복음의 메시지가 모든 믿는 자들을 위한 구원의 능력으로서 먼저는 유대사람에게 그리고 나서 비로소 희랍인들에게 주어졌다고 하더라도(롬 1:16), 바울을 깊은 슬픔에 빠지게 한 대다수 유대인들의 그 복음에 대한 불신앙이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을 버리셨다"는 것을 의미하느냐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롬 11:1). 이 문제에 대한 바울의 대답, 곧 유대인들의 현재의 불신앙은 먼저 이방사람들을 얻고 다음에 유대사람들을 얻으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일 뿐이라는 대답은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맥락에서 바울이 하나님의 계획과 인류를 관계시키는 몇몇 진술들은 인간에 대한 이중 예정론, 즉 구원과 멸망에로의 예정론으로 요약될 수 없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바울이 하나님께서 완악하여질 수 있는 자유도,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자유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을 분명하게 강조하며(롬 9:18), 지금은 믿지 아니한 유대사람들도 믿음을 가질 수 있으며(롬 10:1, 11:13-14, 23), 믿음으로 나왔던 이방사람들도 이 믿음을 다시 잃어버릴 수 있음(롬 11:20, 22)도 명확하게 말함을 보아서 이 단락에서는 인간의 운명에 관해 궁극적으로 내려진 하나님의 결정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결정을 내리실 수 있으며 인간은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하나님과 그에 대하여 다툴 수 없다는 것이 중심이 되어 있다고 보았다.
콘첼만(Conzelmann)은 바울의 예정 사상에 대해서 구약 성서의 전거를 들면서(롬 9:13, 말 1:2-3) 이것이 묵시문학에서 발전했으며(제 4 에즈라서 3:16) 쿰란 문서에서 그 사상이 고조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로마서 9-11의 예정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는 이 예정 주제를 복음 선포의 과정을 분석하는 문맥 속에다 끼워 넣음을 발견하고 예정이 복음 사건의 하나의 구성요소라고 보았다. 예정론은 하나의 적극적인 교리로서 결코 독립적인 기능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 오히려 그것은 바울의 모든 글에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은총으로서의 계시의 성격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구원에 있어서 어떤 특정한 몫을 담당한다는 생각을 단절시킴으로써 '은혜를 통해서만', 즉 '믿음을 통해서만' 구원을 얻는다는 사실을 보증해 준다고 했다.
케제만(Käsemann)은 9:12b-13절을 문제시하면서, 비록 바울이 이중예정을 단지 여기에서만 밝히고는 있지만 예정의 개념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사실을 아무런 제한 없이 수용할 때에라야 비로소 우리는 그것의 피할 수 없는 한계를 깨닫게 되고, 사도(바울)의 신학의 틀거리 속에서 그것의 의미에 대해서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바울은 전시간적인(pre-temporal) 예정에 대해 추론적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교리적인 선입견과는 달리, 여기 저기에서 나오는 예정 진술들이 그 자체로 신론 속에 있지 않다는 사실에 주의해야만 한다. 주제가 이스라엘이기 때문에 구원론이 잇슈가 되는 것이다. 9:12a절부터 죄많은 사람들에 대한 칭의(justificatio impiorum) 교리가 창조주의 주권적 자유에 단단히 묶여져 있다는 사실이 더 세밀하게 뒤따라 나온다. 그런데 4:17ff, 고전 1:18ff, 26ff, 고후 2:15f 등과 같은 본문들을 잘 살펴보면, 바울에 있어서 예정이 하나님의 말씀과 연관되어 있으며, 그 말씀의 효험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약속의 수용과 거부이든지 복음의 수용과 거부이든지 간에, 역사적으로 수용과 거부를 야기시킨다. 그 속에서 하나님은 그 자신을 창조주와 심판자로 모습을 나타내시는 것이다. 한편, 칭의에 있어서 주요한 요소는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과 개인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통치의 문제이다. 또한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권리는 필수불가결하게 이스라엘에 대한 권리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예에서 보여준 것처럼 사람들이 여전히 하나님에 대하여 자기의 권리와 특권을 주장하려고 시도하는 한, 이 권리는 싸움을 일으킨다. 유대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신학자요 이방인의 사도로서 바울은 이스라엘의 약속의 풍부함을 인식했다. 아브라함의 자손만이 구원의 연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폭넓은 참이스라엘도 그것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그는 예정에 대한 진술을 발전시키는데, 그 예정 진술은 하나님의 자유와 독점적인 효험을 보장하는 진술이다. 이 두가지는 오로지 연속성만을 인정하는 하나님의 말씀의 주제 아래에 함께 놓여있다. 그 말씀이 구원 역사를 이루신다. 이런 까닭에, 이 말씀은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의 영역을 뛰어 넘는다. 이렇게 바울의 예정 진술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주제 아래에서 아브라함의 자손의 이스라엘을 뛰어넘어 참 이스라엘에 대한 구원역사를 이루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던(Dunn)은 롬 9:14-23에서, 바울의 신학을 조명하는 문제성 있는 부분으로 간파하고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의 세가지 측면들을 이야기한다. 첫째로, 이 본문 속에서 바울은 하나님의 주권(sovereignty)과 주도권(sovereign initiative)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울에게 있어서 공리적(원칙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 본문은 단순히 교리 신학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서 강조되는 요점은 하나님의 주도권에 대해서 과도하다고 간주하는 시도를 과감히 잘라내는 것이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야곱을 사랑하시고 에서는 미워하신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이 신의 은총과는 다른 용어라는 사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가 이스라엘에 자비를 베푸셨고 바로를 완악하게 하셨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자비의 행사와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자비의 수혜자로 규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이 구절은 바울이 예정의 신학을 세우려 한 것이 아니라 현재 팽배해 있고 효력이 있는 이론을 비판하려 했다는 점이다. 요컨데 바울은 이미 있던 예정 교리를 되풀이(인용)했다. 이러한 예정 교리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선택하시려는 의도에 있어서 단 하나뿐인 수혜자였다는 점을 담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스라엘이 이삭과 야곱을 통해 내려온 아브라함의 혈통에 한해 한정지었다는 점, 이스라엘이 모세에 의해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로 한정지었다는 점이다. 이런 교리에서 보면 선택의 어두운 면(선택되지 못한)은 단지 에서와 바로에게만 해당된다. 그러나 본문은 이러한 예정교리를 무너뜨리는 바울의 교리이다. 바울의 새로운 "이스라엘"에 대한 정의는 예정 교리를 반전시키는 길을 열어주었고, 이것이 그 예정 교리를 완전히 뒤집는 역할을 했다.
셋째로, 9:14-23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속에 있는 중요한 강조점은 '은총'(자비, mercy)의 예정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바울은 그의 창조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주권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주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하나님의 궁극적인 의도(계획)가 은총을 강조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이 부분에서만 암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바울이 이 단락을 발전시켜서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이르는 부분에서 다시 언급하고 있다(11:30-32). 여기에서 바울은 또 한번 완악한 바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이스라엘이라고 하는 부분(11:7, 25)에서 "진노의 그릇들"의 역할을 지금은 이스라엘이 하고 있다는 사실로써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이스라엘의 인식을 뒤집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또 다시 바울의 예정 신학은 그러므로 그 자체로 종말론적인 긴장관계(하나님의 궁극적인 은총의 의도(계획)에 대해서 '이미'(the already)의 기능으로서의 예정의 밝은 면과 '아직'(the not yet)의 기능으로서의 예정의 어두운 면) 속에 있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다.
3. 예정과 하나님의 지혜
고전 2:7에서 바울은 성도들의 영광을 위해서 이미 예정되어 있는 비밀되고 숨은 지혜를 언급한다. 이 지혜는 이 세상 악마의 세력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만약 그 세력들이 지혜를 알면 방해를 놓으려 할 것이다) 구원의 완전한 계획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서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영원한(왜냐하면 하나님이 영원하시니까) 의도인 것이다. 이 지혜는 그리스도의 죽음이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만족시켰고, 악의 세력을 파괴했고, 신도들을 하나님의 왕국으로 인도해서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구원했기 때문에 하나님만이 하실수 있는 현명한 지혜였다. 이 지혜는 하나님의 이런 것이 이루어지게 하는 하나님의 결정이었다.
한편 피츠마이어(Fitzmyer)는 바울이 하나님의 구원사 계획이라는 말을 하나님의 "목적"(롬 8:28, 9:11), 그의 "뜻"(갈 1:4, 고전 1:1, 고후 1:1, 8:5, 롬 1:10, 15:32), 혹은 그의 "예정"(롬 8:28-30) 등의 언급들로 나타낸다고 했다. 이러한 계획에 의해서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택하시고 구원(롬 11:11) 혹은 영광으로(롬 8:29-31) 부르신다는 것이다. 피츠마이어는 이 구원 계획에 대한 바울의 견해를 역사적, 집합적, 우주적, 종말론적 차원들로 나누는데, 그 중에서 이스라엘의 예정에 대한 부분을 집합적 차원으로 구분해서 언급하고 있다.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들을 통하여 특권을 받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구원이 모든 사람들에게 이르게 되는 도구로 선택함을 받아서, 결국 그리스도를 위한 모든 신적인 준비들이 유대인이라는 민족 내에서 이루어졌다(롬 9:4-5). 그러나 이스라엘은 아브라함의 후손임에도 불구하고 예수를 메시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고(롬 11:15) 그래서 이스라엘은 바울이 선포한 것처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제공된 구원에서 배제된 것이 분명하다. 신적인 계획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롬 9:6). 그러나 바울은 하나님의 계획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왜냐하면 이런 이스라엘의 불신앙이 이미 하나님에 의해 예정되었으며 또한 신적 계획 자체의 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하나님께서 역사를 이끌어가시는 것과 반대되는 것이 아닌데, 이는 유대인들의 불신앙과 이방인들의 부르심이 모두 이미 구약성경에서 선언되었기 때문이다(롬 9:6-32). 이스라엘의 불신앙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의의 방식이 이제 모든 인간들에게 개방되었다는 것을 그들 자신이 거부한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은혜로 택하심을 따라 남은 자"(롬 11:5)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단지 부분적인 불신앙에 불과하다(롬 11:1-10). 아울러 그 불신앙은 다만 일시적이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이 넘어짐으로 말미암아 구원이 이방인에게 이르러 이스라엘에게 자극을 주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롬 11:11-12). 하나님의 계획은 "이방인의 충만한 수가 들어오기까지 이스라엘의 더러는 완악하게 되어서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얻는"(롬 11:25-26) 것이다. 이런 집합적 측면은 그리스도 사건(the Christ-event)이 영향을 미쳤으며, 무엇보다도 유대 및 이방 그리스도인들을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로 결합시키는데서 나타난다.
4. '예정'에서 추론되는 부차적인 문제들
바울은 예정에 대한 사상 가운데 몇가지 문제가 되는 요소들이 있음을 인식했다. 비록 그가 어떤 조직적인 문장 형식 속에서 다루지는 않지만 편지를 써내려가는 가운데 두가지 가장 두드러진 어려움들을 다루고 있다. 그것이 아래의 하나님의 공평성 문제와 인간의 책임성, 또는 자유에 대한 것이다.
1) 하나님의 공평성 문제
바울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공평하시고 결코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시지는 않는다는 점(롬 2:11)은 하나의 원칙처럼 자명한 것이었다. 따라서, 예정된 선택이란 구원에 있어서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께 가지 못한다거나 선택된 자들은 그들이 어떤 선(virtue)을 가지고 있든지간에 무조건 선발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실, 바울이 구원론을 발전시킬 때의 근원적인 전제는 바로 선택이 행위(works)나 선(virtue)에 기초한다고 하는 거만이나 망상을 차단시키려는 것이다. 실제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그들의 죄로 인해서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나님이 어떤 사람들을 선택하지 않으셨다고 해서 불공평하신 것이 아니다. 여기에 부가해서, 바울은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이 모든 사람들에게 드러났다는 점을 가르친 것이다. 그리고 만약 사람들이 구원 받지 못했다고 하면 그 비난은 하나님에게 놓여질 수 없다는 것이다.
2) 인간의 책임성의 문제
만약 냉소적인 사람이 바울에게 "왜 하나님은 아직도 우리를 탓하시는 것인가? 누가 그의 뜻을 거역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바울은 그와 똑같이 날카로운 질문으로 다시 대답할 것이다. "하나님에게 감히 말대답을 하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만들어진 것이 그것을 만든 자에게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습니까?'하고 물을 수 있는가?"(롬 9:19-21) 하나님은 무엇이든지 제멋대로 행하시고, 전혀 도덕적인 기초 위에서 행하시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하나님을 잘못 이해하는 자들에게 있어서 이 대답은 답변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바울은 선택과 예정이 인간의 책임성(responsibility)을 포함하고 있음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하나님이 바로를 한 실례로 사용하셨다는 것이 하나의 적절한 경우이다(롬 9:16-17). 바울은 구약에서 하나님이 바로의 마음을 강퍅하게 하심(출 4:21, 7:3, 4, 13, 9:12, 15-17, 34-35, 10:1, 20, 27, 11:9, 10)만을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바로가 스스로 그 마음을 강퍅케 했다는 점(출 8:15, 32, 9:34, 삼상 6:6)도 아울러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저지른 죄에 대해서 그에게 책임이 있음을 알았다. 하나님이 그 뜻을 사람들의 행동 속에서, 그리고 행동을 통해서 그의 뜻은 이루지만 사람의 뜻은 침해하거나 지배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루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성서의 사상에 기초를 두고 있다.
바울은 하나님을 비이성적이고 독재적인 분으로 묘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에게 대적하는 자만에 가득찬 인간의 반항을 잠잠케 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주권적인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바울은 어떻게 하나님이 우리의 의지에서 나오는 책임적인 행동 속에서,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그의 뜻을 이루시는가 하는 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바울은 그 어디에서도 이것을 논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구원을 확신하는 자들, 곧 가만히 두면 죽어야 할 운명을 가진 자들, 죄인들을 부르신 인자하시고 은혜로우신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성부를 아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 구원은 인간의 능력이 가진 공적(works)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을 선택하시는 하나님의 은총(grace)에 달려 있는 것이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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